고양이 대학살 - 프랑스 문화사 속의 다른 이야기들 현대의 지성 94
로버트 단턴 지음, 조한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다 이렇게 힘든 책을 읽게 되었을까?  읽으면서 엄청나게 후회했다. 몇개의 논문을 엮어놓았다고는 하지만 논문이 원래 이렇게 힘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책을 잡으면 그래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ㅠㅠ 논문 심사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건가? 아니면 나의 지식이 워낙 잡다해서 이것을 이해하는 경지에 오르지 못했는지 나의 독서력을 다시 한번 의심하게 하는 책이엇다.

먼저, 미끼 상품부터 보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민담을 앞에 배치해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빨강모자이야기와 잭과 콩나무, 푸른수염 등 마더구스이야기로 입맛을 돋구었다. 그래. 내가 알고 싶었던 이야기니까, 식인이야기, 성이야기, 오이디푸스컴플렉스를 풀다가 그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은 그 시대의 농민들의 삶을 자세히 말했다. 자식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적 배경을.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그 시대 사람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빈자와 더빈자(극빈자)는 자식을 버릴 수 밖에 없었고, 그 시대에 살던 약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였다. 언제가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약자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속이는 것에 그렇게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사람들 즉 약자가 강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통쾌하기도 한 부분이다.  바보보다는 악당이 되는 것이 낫다라는 말에 확실하게 동의를 하며 읽게 되었다. 너무나 순진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찬성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 역시 만만한 삶은 아니었다. 그들의 비참한 생활을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서술해 놓았는지, 육체노동에 대한 끔찍함이 온 몸에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어쩌다 육체노동의 신성함을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나의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일 경우에 한해서 신성하다. 직공들의 밑바닥 삶은 끔찍하고 그로 인해 주인집아내의 고양이를 죽이고 주변의 다른 고양이까지 잡아 죽이는 잔인함을 읽지만 그들의 분노는 주인에게 향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을 전해 주었다. 부르주아는 자신들이 귀족층으로의 편입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노동자들이 부르주아에 편입하는 것은 엄청나게 견제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세상의 시계는 돌고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장인은 별로 없고 직공이 장인되는 것을 막았던 것. 주류의 편입은 항상 닫혀있고, 대물림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 87? 83? %라는 것은 주류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주류는 닫혀있다. 아, 비참한 현실에 절망스러운 진실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지식인을 감시하는 경찰관의 관찰기록서가 있었다. 읽으면서 이것이 무슨 의미를 주는 것일까? 그리고 뒤이어 나온 지식나무와 백과전서의 서문은 뜬금없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한 시민의 서적 주문서를 통해 독자들이 루소의 책에 반응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앞의 서문을 읽으면서 이제야 이해 되는 것은 경찰관의 모호한 어떤 느낌이 계몽 사상가들의 보이지 않는 역할로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것을 알았다. 개인의 역사는 나라의 역사. 고상한 윗사람들로부터의 하달이 아니라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하는 책이다. 물론 단턴의 책이 전혀 만만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책이 흥미롭고 새롭고 재미난 역사책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