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싶은 삶의 모든 답은 한 마리 개 안에 있다 - 젊은 철학도와 떠돌이 개 보바가 함께 한 14년
디르크 그로서 지음, 추미란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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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을 받고 제목을 보았을 때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나도 개를 두 마리나 키우고 있고 책을 받은 그 때에도 네 개의 눈동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들도 ? 우리에게 답이 있다고?’ 라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개가 정말 답을 알고 있을까? 답을 알고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알려주는 걸까? 그런 막연한 기대감으로 책의 첫 장을 넘겼다.

화자는 보바라는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보바는 한 살 반이었고 여러 번 파양 당한 기억이 있고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채로 화자의 집으로 왔다. 화자는 그 전에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이 없었고 보바는 화자의 첫 강아지였다.

화자는  불교에 관심이 많고 명상에도 관심이 많은 철학도였는데, 보바를 통해 책이나 명상이 아닌 보바의 몸짓, 생각, 눈빛, 행동에서 많은 배움을 얻고 보바를 네발 달린 스승이라고 부른다.

보바의 많은 가르침 중 내가 가장 와 닿았던 가르침은 보바는 자책하지 않으며 계획이 없고 온전함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나에 대한 자책이 심했었다. 그것이 나를 갉아 먹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 일이 나로 하여금 일어난 일이며 잘못이라고 여겼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철저한 계획으로 살며 계획한 일이 틀어지면 쉽게 짜증을 냈고 다시 계획을 세워 흐트러짐이 없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그 삶은 나를 너무 옥죄었다. 숨 쉴 틈이 없었고 잘 하고 있는지 끈임 없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우리 럭키나 초키를 봐도 엄마와 있으면 있는 대로, 친구와 있으면 있는 대로 즐겁고 그 자체를 즐기는데 나는 그동안 왜 그렇게 계획에 집착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또 나는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고 내가 온전히 인가에 대한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런 생각들은 내게 불면증을 안겨 주고 마음의 불안감을 가져다주었다. 보바를 보고 앞으로는 스스로를 너무 가두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가르침은 나 자신에게도 친절하자.’이다. 보바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았으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고 부랑자든 할머니든 마약을 한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친절했지만 자기 자신에게 특히 더 친절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주변에 내가 어떻게 비추어질지 걱정하고 신경 쓰면서 주변사람들에게는 친절했지만 나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했다. 정해 놓은 선을 넘을까봐,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봐 불안과 걱정을 바리바리 이고 살았다. 그런 내게 보바의 가르침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바는 슬픔이 올 때나 기쁨이 올 때 편견 없이 정직하게 받아들일 줄 안다는 것이다. 슬픔이 찾아오면 슬픔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깊게 이해하고 애도하는 보바의 모습에서 존경심이 느껴졌다.

이 책은 나에게 가르침이, 불교가 경전 속에 있거나 어려운 게송 속에 있거나 깊은 명상 속에 있지 않고 내 곁에 항상 함께 있음을 알려 주었다.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강아지의 행동이 모두 다 내게 가르침이었음을 일깨워 주었다.

화자는 보바를 통해 세상을 배웠다. 나도 보바를 통해 세상을 배웠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집 강아지들을 통해 세상을 배우려 한다.

이 땅의 모든 네발 달린 스승님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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