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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피다 Nobless Club 14
이헌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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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9년은 내가 대학교의 생활을 처음 경험해본 해[年]이다.
그런 첫 새내기의 생활을 같이 했던 수업들 중 세계사 강의가 있었다.
그 강의의 마지막 과제는 2차세계대전과 관련된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이란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과제였다.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은 2차세계대전 中 독일과 소련과의 전쟁을 자세히 담고 있는 책이었다. 
책속에는 전쟁의 발발 전부터 종결까지의 과정을 아주 상세히 담고 있었다.

이런 책을 본 경험이 얼마 전이었기 때문일까?
<시간은 피다>의 배경인 레닌그라드의 처절함은 그 때 보았던 도표,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에서는 짧게나마 전쟁의 참상을 보여준 파트로서 등장한 레닌그라드의 모습이 본 책에서는 기아의 처절함이 극에 다다른 모습으로서 독자에게 보여지고 있었다.

전쟁은 가장 냉정한 광기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문구처럼, 본 책에서는 900일간 고립된 레닌그라드의 처절함이 그대로 뭍어나오고 있다.
그 처절함과 광기는 나를 묶었고 나의 손을 책에서 떨어질 수 없도록 만들었다. 
히틀러의 레닌그라드 포위작전에 의해 굶어 죽게 되는 사람들과 지옥같은 현실속에서 삶을 연명하려는 사람들의 모습, 식인(食人)이라는 최악의 광기까지... 
그 처절한 현실속에서 살아가는 4명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설은 역사와 허구 사이를 걸어가고 있었다.

지옥같은 현실속에서도 발레의 꿈을 놓지 않는 소녀, 일로나
"내가 당신을 도와줄게요."
그래서 일로나는 결심했다. 순간적인 광기나 취기에서가 아닌.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이야말로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도움이라는 것을. 또한 그 도움을 통해, 그녀도 영혼을 좀먹는 그 모든 상처에서 벗어나리라는 것을.

처절한 현실속에서도 행복을 찾던, 결국엔 현실에 짓밟힌 소녀, 타티야나
"난 그가 그냥 죽기를 원치 않아요." 
먹어 치워요. 따스한 숨결이 그에게 속삭였다. 
"뭐든지 하겠어요. 예브게니, 뭐든지 하겠어요. 당신이 그자를 먹어 준다면."

야만으로부터 문명을 지키고자 하는 신념의 소유자, 레온
이 아이들은 죄가 없어, 우리도 알아, 그들은 말했다. 아이들을 죽이는 우리가 죄인이지, 우리도 알아.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이 아이들은 이미 인육을 먹었으니까.

식인종을 먹는 포식자, 자신을 잃어버린 카레이스키(강제이주자)인 그.
- 여기 두 가지 고기가 있다.
괴물이 두 가지 고기를 내밀었다. 하나는 괴물이 먹던 인육이고 다른 하나는 괴물이 제 가슴팍에서 꺼낸 심장이었다.
- 이걸 먹으면 신이 된다. 모든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
- 이걸 먹으면 괴물이 된다. 아무도 너를 죽이지 못한다. 
소년은 선택했다. 그에게는 단순명료한 선택이었다.

실제 역사와 허구가 절묘하게 섞인 책
실제로 있었던 현장이고,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 때문일까.
이런 종류의 소재를 지닌 책은 항상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본 책, <시간은 피다>또한 그 처절함이 상상 이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책을 읽던 당시의 나는, 처음 나를 반기는 Prologue가 난해하기만 하였다. 
프롤로그를 넘겨 책을 읽어 가면서도 소설은 조금 어렵게만 다가왔다.
그렇지만 소설의 상황속에 빠져들어가게 되었을 때
당시 레닌그라드의 처절함은 현실로 다가왔고, 사람들의 광기에는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그러면서 등장한 그.
나는 그가 어렴풋이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소년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사건의 개요를 짐작할 수 있었고 나는 불사(不死)라는 인류가 가장 큰 욕망을 이룬 그가 등장하면서 소설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뭐랄까.....
책을 읽고 난 뒤의 지금 느낌은, 안개 속에서 헤메다 5000원 짜리 지폐를 한장 주은 느낌이다.
뭔가 애매하면서도 가슴에 와닿는 스토리는 그 애매함 때문에 가려진 재미가 더 남아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몇번을 읽어볼 가치가 있는 소설이랄까. 
다시 정독을 해본다면 처음 읽으며 주은 5000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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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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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지금의 판타지가 3세대 판타지라고 말하고 싶다.
1세대 작가들이 보여줬던 판타지는 소설속 세계관 설정의 뛰어남이 돋보이는 작품들이고
2세대 는 판타지가 무협과 합쳐지거나 현실과 합쳐져서 재미를 주는 퓨젼판타지가 넘쳐나는 시기였다면
지금 3세대는 퓨전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작가만의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가 다시 나오는 시기랄까.

나는 무르무르를 접하기 전, 우연한 기회에 도서관에서 탁목조작가님의 작품인 [내가족정령들]을 접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많이 접해본 제목이기도 하고 작가님의 이름또한 낯설지 않아서 책을 골라 잡게 되었다.
내가 본 내가족정령들은 초기 2세대 판타지의 전형적인 작품이었다. 2003년이라는 6년의 세월이 지난 작품이었기 때문일까? 현재 소설 트랜드에 익숙한 나의 눈에는 주인공의 행동들은 너무 억지스러워 보였고 어딘가 거부감이 드는 문체들 또한 실망스러웠다. 

’역시 오래된 책이기 때문인가? 요즘 스타일의 자연스러움을 따라오지는 못하네.’라고 생각하며 결국 (책을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많지 않던 나는) 책을 덮고 말았다.
다시 도전정신을 가지고 꺼내본 2부는 그 새로운 세계관은 마음에 들었지만 주인공에 다시한번 실망하여 또 한번 책을 덮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얼마 후 나온 노블레스 클럽의 신작.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
그런데 왠걸 책에 소설의 작가님으로 탁목조님이 적혀있지 않은가.
내가족정령들의 실망이 바로 얼마전에 있었던 나에게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는 약간 꺼림직했다. 
하지만 엄연히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놀라웠다. 

책 속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작가님의 머릿속에서 창조되어 그 모습을 뽐내고 있었고 (탁목조작가님의 소설 세계관은 모두 새롭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만큼 새롭지는 않았다.) 그 세계의 완성도 또한 굉장히 높았다. 실제 존재하는 세상처럼 서로의 균형이 오묘하게 조화된 놀라운 세계였다. 1세대 작가들이 작품에서 보여줬던 세계들처럼 판타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환상적이고 그 비밀을 품고 독자를 유혹하는 세계관을 이 책은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놀라운 세계관속에서 작가님은 나를 다시한번 놀라게 만들었다. 
바로 살아숨쉬는 주인공, [스포러] 때문이다. 스포러의 비범한 모습, 욕망, 꿈등이 소설속에 고스란히 담겨 실재하는 인물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 처럼 나에게 전해져왔다. 이는 소설속에 나를 완전히 빠지게 한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그리고 내가 탁목조님의 전 작품을 읽다 포기하게 만든 문체의 문제 또한 전혀 없었다.
글을 전개해나가는데 있어 그 속도의 완급조절이 아주 적당했고 그 때문에 스포러의 모험의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잘 조절된 속도와 거부감없이 다가오는 글의 스타일은 탁목조작가님에 대한 나의 편견을 단번에 뿌리칠 수 있었다.


역시 노블레스 클럽이다.
과거(전작)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현재의 작품이 얼마만큼의 재미를 줄 수 있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 새삼 느끼게 되었다.
처음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를 읽기 전 탁목조작가님에 대해 편견의 시각을 가지고 봤던 것이 정말 죄송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책은 재미 그 이상을 주었다.

아마 얼음나무숲, 볼테르의 시계, 피리새 다음으로 이런 느낌이 든 것이 아닐까.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들은 모두 그 작품성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와닿는 작품들은 위의 세 작품을 말고는 없었다.

끝부분에서 완전히 매듭지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이 소설의 에필로그는 스포러의 또다른 모험을 약속하고 있다.
그 이야기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나는 다음 모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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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의 그물 Nobless Club 12
문형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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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드라의 그물을 받아 봤을 때 처음 느낀 점은 "글이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처음 본 나에게는 낯선 인드라라는 힌두교 신화속의 인물이 제목으로 있어서인지 어렵게만 느껴졌다.
나는 그런 인식에다가 신학기라는 바쁜 상황까지 겹쳐서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보지 못하다가 어제서야 글을 읽게 되었다.

단말기? 모뎀? 인드라망網? DB대마왕강림까지?!!
글의 처음 부분에서 나온 이런 것들은 "이거 뭐야?!"를 외치게 했고 작품의 세계관이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신비롭게 등장하는 칼키의 모습에서 처음 책을 펼 때의 어려운 느낌은 사라지고 글에 대한 흥미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거기다가 글의 문장이 아주 깔끔한 느낌으로 다가와서 생각보다 빠르게 글에 집중할 수 있었고 내용이해도 빠르게 되었던 것 같다.)


한 자리에서 단숨에 책을 다 읽고 놀랍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작가님께서 정말 불교(힌두교)에 대해서 잘 풀어쓰셨다는 점이다.
평소 불교라고 하면 ’석가모니, 소림사, 달마’등 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무지(無知)한 나인데도 책 속의 불교사상은 작가님의 상상으로 창작된 세상과 조화롭게 합쳐져서 아주 쉽게 다가왔다.

그리고 칼키와 교, 그리고 여의와 관세음보살의 케릭터들도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었고 그런 그들이 보여주는 관계속에서의 갈등들은  흥미로웠다. 
분명히 규정되어 있는 관계임에도 그 이면에 숨겨진 관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한꺼풀씩 벗겨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나.

이렇게 글의 세계관과 케릭터들은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으나 글의 전개가 조금 마음에 걸렸다.
뼈대는 있는데 살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랄까. (너무 여섯 권정도 분량의 글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있을 건 다 있는것 같은데 너무 빠른 전개에 어딘가가 부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들은 무조건 한권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 소설이 두 권짜리로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다. (저번의 더커스드 때도 그랬지만...)

아무튼 짧게 정리하자면 "재미있다" 네 글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블레스 클럽 전작들이 워낙 화려해서 이 소설이 별 다섯개의 재미를 지닌 대작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작가님의 잘 조화된 세계관과 멋진 케릭터들이 있는 이 글이 수작(秀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없는 중생을 구원하는 것이 보살의 일이라지만, 상처 입은 보살은 누가 구원해 주지?"
                                                                    -인드라의 그물 본편 中에서.....
"수천수만 겁을 거듭 살아도 넘기 어려운 벽이 인간의 사랑이다."
                                                                    -인드라의 그물 소개글 中에서.....

마음에 와닿는 2문장을 끝으로 짧은 감상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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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다섯시의 외계인 Nobless Club 10
김이환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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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소설....
"이거 만만치 않겠는걸?!" 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글의 시작부터 왠 북극곰 이야기?!

책을 펼쳤을때 가장 먼저 읽힌 단어는 북극곰이다.
글이 시작하는 부분에서 이건 왠 말?! 하고 의아해 하던 나에게
조금은 유별나게 보이는 화면 전환이 나의 눈을 이끌었다.

북극에서 살아가는 이천여 마리의 북극곰 중 어느 유별난 북극곰에서...
아주 큰~ 한 걸음을 걸어 알래스카로...
다음 걸음에는 북태평양을 건너고...
다음 걸음에는 동해를 지나고...
다음 걸음으로 한국에 도착해...
다음 걸음에서 서울로...
서울의 어느 대학교로...
대학교의 정문으로...

이런식으로 점점점...화면을 옮겨가는 듯한 화면 전환은 빠른 화면 전환에만 익숙했던 나에겐 그냥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각 파트의 처음부분에서 등장하는 유별난 북극곰의 이야기 또한 본 편과는 다른 또다른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글의 끝에서 호기심은 감탄으로 이어졌다.
이런식으로도 글이 이어질 수 있구나.....
처음엔 그냥 별 상관없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평범한 일상속에 숨어있는 외계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임성우는 우리의 일상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대학생이다.
연체한 카드 대금때문에 독촉전화가 오고, 짝사랑하는 사람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그런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런 그가 인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들을 만나게 된다.


성우! 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겪게 될 것이다.

속마음을 말하게 하는 의자를 발견한 성우.
자칭 FBI가 위장한 가게에 취업하게 되는 성우.
잘생긴 외모와 붉은 악마 뿔을 가진..... 길잃은 어린 외계인(?)을 만나게 된 성우.

이렇게 그를 둘러싼 환경은 일상을 벗어나고 비현실의 세계(?)로 접어들게 된다!


잃어버린 17가지 생일선물을 찾아야 하는 외계인. 하지만 그 선물은....

지구에서 벗어나야할 시기를 놓쳐 지구에 잔류하게 된 어린 외계인, 용관이.
요상하고 엉뚱한 용관이만큼이나 기가막힌 그의 생일선물들....

사람의 외관이 아닌 속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든지
외계인의 고전적인 아이템! 하늘을 나는 자전거라든지
별명을 말해주는 물컵이라든지...

이렇게 하나같이 이상한 능력들을 지니고 있는 그 선물들을 찾아가며 이야기는 유쾌상쾌하게 흘러간다.


읽는 사람을 즐겁해주는 소설, 하지만....

엉뚱하고 기발한 용관이의 선물들과 유쾌하기만 한 주변의 케릭터들....
그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따스하고 밝고 유쾌하기만 했다.

하지만....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
넘칠 정도로(?) 유쾌한 케릭터들을 다루기 때문인지, 글을 읽는 도중에 약간은 소설 자체가 붕~ 뜬 느낌이 들었다.
글 자체는 내 스타일이었기에(유쾌하고 걱정없는) 뭐라고 딱! 꼬집을 수는 없지만 뭔가 미묘하게 느껴진다고 할까나...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든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뭐 순전히 나한테만 그럴수도 있겠지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현실을 벗어나 나의 한계를 깨는 상상력을 보여주며 달콤한 이야기를 전해준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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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새 - 상 - 나무를 죽이는 화랑 Nobless Club 8
김근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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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태양이 흘린 금박 같은 햇살을 담은, 거대함을 자랑이라도 하듯 도도히 흐르는 마수리강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떤 사람을 찾는 듯한 두 사내. 
그들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서는 화랑이란 단어가 지나간다.

화랑? 

그들만의 오계(五戒)로 유명하고, 삼국시대의 신라에 실존했던 이름.
그것은 아련한 한국판타지로 나를 초대하는 첫 단어였고, 나는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나무를 죽이는 것이 운명인 가문

주인공인 바오 가람은 흥미로운 케릭터이다.
그는 몰락한 바오 가문의 17대 종손이자, 단 8명뿐인 화랑신검(花郞神劍)의 소유자이다.

그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이라는 말 그대로, 눈앞에 있는 사람과도 소통의 벽을 단절시키고 없는 사람 취급하는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신목(神木)을 죽이는 숙명을 가진 가문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신목이란 사람들을 현혹하여 그들의 어두운 곳을 부추기는 나무인데, 그것들을 혼(魂)마저 벨 수 있다는 화랑신검을 가지고 죽이는 것이 그의 운명(運命)인 것이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새, 피리새

이 글에서 화랑과 함께 또다시 나에게 친숙함을 알려준 것은 바로 무당이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 사이에서 그들을 이어주는 존재.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자는 신목이라는 가짜의 힘에 취해 사람들을 선동하지만, 세상에는 항상 진짜가 있다.

진짜 중 한명이 바로, 바오 가람이 지켜주고자 하는 존재인 <피리새>이다.
그녀는 말할 수 있으나 말하지 못한다.
말을 하면 사방에서 몰려오는 귀신들은 그녀로 하여금 목소리를 버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바오 가문의 하인으로서 만난 바오 가람.
그의 곁에선 귀신이 가까이 오지 못한다는 것을 안 그녀는 다시 아름다운 목소리를 되찾게 된다.
이 둘의 만남은, 하늘이 정한 운명일까?


서야의 일곱번째 공주

군소국가가 모여 있어 혼란스럽기 만한 서역에서 강대국에 위치한 사리온이 서야로 사람을 보내온다.
그들은 하늘의 뜻이라면서 서야 6명의 공주 중 1명이 서역의 성지로 가서 하늘의 뜻을 받드는 국무(國巫)가 되라 한다.
서역의 강대국인 사리온 때문에 두려, 울지, 서야 삼국의 균형이 깨지지 않길 바라는 서야의 입장으로선 거부하기도 승낙하기도 난처하기만 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랑인 가람이 수도 하누벌로 올라온다.
그리고 그의 눈 앞에 피리새는...... 서야의 숨겨진 일곱 번 째 공주로 그의 앞에 나타나게 된다.

피리새가 서역으로 가 무당이 되어야한다는 말을 들은 가람은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하기도 싫은 사실을 부정하기만 한다. 
그런 그들에게 하늘은...... 흐르면서도 흐르지 않는 강, 살아서는 갈 수 없는 강, 황천강을 서야의 궁위에 펼친다.

그것이 하늘의 뜻인 것일까.
그들은 운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하늘의 뜻을 따라야만 하는가.
운명은 그들을 서역으로 내몰았다.


한국판타지

소설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들이 많이 나온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신단수(神壇樹), 신라시대의 기인 처용(處容), 고구려의 영웅 주몽과 신라의 화랑, 옛날이야기의 도깨비......

삼국을 나타내는 듯한 두려, 울지, 서야라는 나라의 이름과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사람들의 이름.
모든 소재가 기존에 있었던 장르소설의 느낌과는 다른 느낌을 받게 한다.

이러한 소재들이 피리새와 가람의 운명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을 통해 묶여서 깔끔하게 자신의 모습을 뽐낸다.

또한 이야기 속에서 버릴 것이 하나도 없이, 꽉 짜인 구성은 이야기의 개연성을 높이고 그들의 운명을 아련하게 전개시킨다.


창공을 날아가는 한 마리의 자유로운 새

운명이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운명인 것이다.
피하려 하지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묵묵히 지고 걸어가다가,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을 때, 사람은 자유로운 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님은 창공을 날아가는 한 마리의 새를 글을 통해 그리셨다고 한다.
소설을 읽은 나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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