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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ㅣ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지금의 판타지가 3세대 판타지라고 말하고 싶다.
1세대 작가들이 보여줬던 판타지는 소설속 세계관 설정의 뛰어남이 돋보이는 작품들이고
2세대 는 판타지가 무협과 합쳐지거나 현실과 합쳐져서 재미를 주는 퓨젼판타지가 넘쳐나는 시기였다면
지금 3세대는 퓨전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작가만의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가 다시 나오는 시기랄까.
나는 무르무르를 접하기 전, 우연한 기회에 도서관에서 탁목조작가님의 작품인 [내가족정령들]을 접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많이 접해본 제목이기도 하고 작가님의 이름또한 낯설지 않아서 책을 골라 잡게 되었다.
내가 본 내가족정령들은 초기 2세대 판타지의 전형적인 작품이었다. 2003년이라는 6년의 세월이 지난 작품이었기 때문일까? 현재 소설 트랜드에 익숙한 나의 눈에는 주인공의 행동들은 너무 억지스러워 보였고 어딘가 거부감이 드는 문체들 또한 실망스러웠다.
’역시 오래된 책이기 때문인가? 요즘 스타일의 자연스러움을 따라오지는 못하네.’라고 생각하며 결국 (책을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많지 않던 나는) 책을 덮고 말았다.
다시 도전정신을 가지고 꺼내본 2부는 그 새로운 세계관은 마음에 들었지만 주인공에 다시한번 실망하여 또 한번 책을 덮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얼마 후 나온 노블레스 클럽의 신작.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
그런데 왠걸 책에 소설의 작가님으로 탁목조님이 적혀있지 않은가.
내가족정령들의 실망이 바로 얼마전에 있었던 나에게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는 약간 꺼림직했다.
하지만 엄연히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놀라웠다.
책 속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작가님의 머릿속에서 창조되어 그 모습을 뽐내고 있었고 (탁목조작가님의 소설 세계관은 모두 새롭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만큼 새롭지는 않았다.) 그 세계의 완성도 또한 굉장히 높았다. 실제 존재하는 세상처럼 서로의 균형이 오묘하게 조화된 놀라운 세계였다. 1세대 작가들이 작품에서 보여줬던 세계들처럼 판타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환상적이고 그 비밀을 품고 독자를 유혹하는 세계관을 이 책은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놀라운 세계관속에서 작가님은 나를 다시한번 놀라게 만들었다.
바로 살아숨쉬는 주인공, [스포러] 때문이다. 스포러의 비범한 모습, 욕망, 꿈등이 소설속에 고스란히 담겨 실재하는 인물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 처럼 나에게 전해져왔다. 이는 소설속에 나를 완전히 빠지게 한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그리고 내가 탁목조님의 전 작품을 읽다 포기하게 만든 문체의 문제 또한 전혀 없었다.
글을 전개해나가는데 있어 그 속도의 완급조절이 아주 적당했고 그 때문에 스포러의 모험의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잘 조절된 속도와 거부감없이 다가오는 글의 스타일은 탁목조작가님에 대한 나의 편견을 단번에 뿌리칠 수 있었다.
역시 노블레스 클럽이다.
과거(전작)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현재의 작품이 얼마만큼의 재미를 줄 수 있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 새삼 느끼게 되었다.
처음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를 읽기 전 탁목조작가님에 대해 편견의 시각을 가지고 봤던 것이 정말 죄송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책은 재미 그 이상을 주었다.
아마 얼음나무숲, 볼테르의 시계, 피리새 다음으로 이런 느낌이 든 것이 아닐까.
노블레스 클럽의 작품들은 모두 그 작품성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와닿는 작품들은 위의 세 작품을 말고는 없었다.
끝부분에서 완전히 매듭지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이 소설의 에필로그는 스포러의 또다른 모험을 약속하고 있다.
그 이야기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나는 다음 모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