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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
니키 얼릭 지음, 정지현 옮김 / 생각정거장 / 2023년 8월
평점 :
내 남은 수명을 알 수 있는 상자를 받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건 행운일까 불행일까? 나는 그걸 열어보는 선택을 할까? 아니면 모른 채로 지금처럼 살아갈까? 나 스스로도 내 답을 찾기 어려워 한참을 생각했다. 오랜만에 너무나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을 만났다.
소설 <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수명을 알 수 있는 상자를 받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상자를 열어보고, 어떤 사람들은 상자를 열어보지 않는 선택을 한다. 또 다른 이에 의해 내 상자가 열어져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를 마주한 사람도 있었다.
단순히 수명을 알 수 있게 되었을 때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관해서만 쓴 책이 아니라, 사회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여실히 써놔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가 많이 녹아있었다. 사실 책에서 그려놓은 긴 끈과 짧은 끈의 세상은 놀랄 만큼 현실적이어서 무서웠다. 소설의 매력은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생각하지 못한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사람 사이의 다양한 관계에 대해 잘 풀어놨기에, mbti에서 F에게 더욱 감명 깊게 와닿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소재도 흥미롭지만 잘 짜여있는 흡입력이 대단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흥미진진한 내용의 연속이 시간상 빠른 전개와 만나 독자를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소챕터로 구성되어 있어, 하루 중 잠시 짬이 날 때 짧게 끊어 읽을 수도 있어서 좋았고, 또 그들의 일상의 삶을 개개인별로 잘 이해해 볼 수 있었다. 머리 아픈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소설의 바다의 빠졌다 나오는 건 참으로 좋은 일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은 다른 세계로 흠뻑 빠져들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쓰여있다. 소설 속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여전히 답을 구하지 못했지만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곱씹게 했다. 오랜만에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나 참 좋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