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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바쁘고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으며, 몸과 마음이 꽤나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나는 당당한 휴식시간인 화장실에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라는 책을 틈틈이 읽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전설적인 필력가 박완서 작가님의 문장을 읽고 또 곱씹으면서 치유받았던 날들이었다.
이 책은 35개의 짧은 에세이로 이루어진 책이다. 짧은 꼭지들의 글이 모여서, 이토록 단단한 책이 될 수 있음을 느끼고 박완서님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새삼 또다시 느꼈다.
책에 쓰여있는 문장들이 너무 좋다.
그리고 책에 녹아있는 박완서 작가의 생각과 세상에 대한 시선을 읽을 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
할머니가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에피소드들도 있고, 인생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등에 대한 원론적인 생각을 하게 하는 에세이도 있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가족에 대한 생각의 끈도 길어지게 했다.
어느덧 내게도 자리 잡은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하고, 사물 또는 사건에 대해 다른 이면을 깨닫기도 했다.
좋은 글을 읽으면 든든한 삼계탕같이 마음의 보양식을 먹은 느낌이 든다.
이 책이 내게 그렇다.
소중한 인생 책을 만난 느낌.
책을 완독하고 난 후,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박완서 작가님의 에세이 중 일부만 골라서 엮은 책인데 다른 에세이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특별한 듯 일상인 듯 소소한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
힘든 마음을 덤덤한 듯 위로받고 싶을 때,
잘 써진 문장이 읽고 싶을 때,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답답할 때,
의연하게 넘어가고 싶지만 마음이 좁아질 때 등등…
위와 같은 인생의 다양한 순간들을 만났을 때 함께하고 싶은 책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두고두고, 아끼지만 자주 들춰보는 책이 되길.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비슷한 결을 가진 글을 쓸 수 있기를, 새해를 맞이하여 조용히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