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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손 X-파일 - 혼돈의 시대, 정체성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이홍길 지음 / 세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삼손을 떠올리면 힘센 남자, 사랑했던 여자에게 배신을 당한 어리석은 남자, 인생의 끝이 비참했던 남자로만 기억할 수 있다. 나도 성경에서 나오는 삼손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한편의 소설을 읽듯이 지나갔던 것 같다. 그러나 <삼손 X-파일>은 삼손의 배경과 인생을 파헤치며 그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에 조명을 비춘다.
이스라엘의 암흑기라 볼 수 있는 사사시대에 태어난 삼손은 사사, 그리고 나실인으로 부르심을 받았다. 이때의 이스라엘 백성은 자기 생각대로 살았다. 삼손은 이러한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선택받은 자였는데 이스라엘 백성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상을 섬기느라 정신없고 삼손은 쾌락과 사랑을 위해 (literally) 힘을 쓰며 정신없이 삶을 살고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하고 엄청난 힘을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쓰지 않고 본인의 과시와 복수를 위해 쓰는 삼손을 보면 참 답답한 상황이다. 결국 삼손이 사랑했던 블레셋 여인 들릴라로 인해 긴 머리카락이 잘려나가고 삼손은 모든 힘을 잃었다. 블레셋 사람들에게 잡혀 두눈을 잃고 감옥에 갇혀 멧돌을 돌리는 신세가 되었고 그 실패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우리의 삶속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실패의 순간들을 사용하시는 하나님은 절대 실패하지 않으신다. 우리에겐 절망적인 상황들도 하나님의 큰 그림을 보면 결코 실패가 아닌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몇년간 실패를 제법 많이 경험한 나에게 위로가 되는 부분이다. 실패한 나의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그러한 나의 삶을 통해 은혜를 배푸시는 하나님이 주인공이신 것이다. 이것이 곧 소망이 되고 기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실패한 삼손! 그러나 실패한 삼손의 삶을 통해서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이 삼손 이야기의 주인공이십니다. 하나님은 실패를 통해서도 일하십니다."
p. 227
또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정체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으면 안된다. 만약 삼손이 본인의 쾌락과 사랑을 추구하기 전에 ‘사사’와 ‘나실인’이라는 정체성들을 우선시했다면 다른 인생을 살고 다른 결말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에필로그를 통해서 저자는 한 사람의 정체성은 부모의 교육부터 시작된다고 언급한다. 너무나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만약 마노아 부부가 삼손에게 하나님께 구별된 나실인의 정체성과 삶을 가르쳐서 그가 하나님을 신뢰하도록 양육했다면 삼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 성인이 된 삼손의 모습을 보면 마노아 부부는 삼손을 양육하면서 믿음의 본질을 가르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p. 232
삼손은 결국 나실인이라는 정체성을 놓치고 살아갔다. 그의 힘의 원천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본인의 긴 머리카락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실인이라는 정체성을 놓치니 하나님께서 주신 사사로서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그의 사명 또한 지키지 못했다. 그는 사사로서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리스도인이란 정체성을 다음세대 아이들에게 기회가 될때마다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신앙 교육을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들에게만 의지하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모가 삶을 살아내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가르쳐야 한다.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
<삼손 X-파일>은 재미있고 읽기 쉽지만 전달하는 메시지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청년부터 장년까지 모든 연령의 크리스천에게 추천한다. 앞으로 사사기에 나오는 삼손의 이야기를 읽을 때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