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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경제학
밀턴 프리드먼 지음, 김병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는 변동환률제이고 중국은 고정환률제도를 취하고 있다. 무슨 차이일까? 다이하드 3편에 보면 제레미 아이언스가 뉴욕에 있는 연방준비은행에 있는 금을 턴다. 보석상도 아니면서 거기에 금이 왜 있는 걸까? 이젠 금화를 제조하는 나라들이 거의 없는데도 말이다. 해외뉴스를 보면 미국은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고 한다, 흑자로 전환되었다는 뉴스를 접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이유는 뭘까? 경제학을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입장에서 단순히 사실만을 알고 있고, 그 정확한 이유는 모르는 경제 현상이 너무 많다.
작년 초, 직장 동료 몇몇과 함께 경제스터디를 만들면서 경제주간지도 사보고 주기적으로 이런 책들도 꾸준히 읽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그 스터디는 깨진지 오래다.) 과거에는 문맹인 사람이 시대에 뒤쳐졌고, 이제는 컴맹이 시대에 뒤쳐지는 사람이라면, 미래에는 경제에 관한 지식이 없으면 시대에 뒤쳐지게 된다고 한다. 사실 지금도 주식형펀드/채권형펀드 등의 차이,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장단점, 결정적으로 간접투자시에 무는 수수료의 무서움과 이자률 0.1%의 차이에 대한 무서움 등에 관한 감각과 지식이 없으면 하다 못해 집 담보 대출도 슬기롭게 못하고 소신에 따른 투자도 못하여, 잘되면 내탓 잘못되면 그 금융회사 직원 탓만 하는 사람으로 전락된다.
이 책에선 먼저 금이나 은을 근간으로 하는 화폐를 유통 시켰던 시대의 경제 상황을 깊이 있게 고찰 한다. 은본위제도와 금본위제도, 그리고 이를 절충한 복본위제도의 미묘한 관계를 살펴보고, 대공황 당시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나라가 금본위제도를 취하고 중국만 은본위제도를 취했기에 세계경제한파를 중국이 피할 수 있었던 사연과, 그 후 극적이게도 어떠한 연유로 중국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게 되어, 그로 인해 장개석이 대만으로 도망가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사실 이 책 중반까지의 화폐에 대한 이러한 역사적 고찰은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는 이런 제도를 취하는 나라가 없기 때문인데,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이 책의 후반부를 다 읽고 나서야, 시대의 흐름에 따른 각국의 시행착오에 대한 책의 전반부에서의 이러한 고찰이 있기에 그 후반부의 내용이 더 잘 와 닿게 됨을 알게 되었다. 자고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된 순간이다. 예전 자크 아탈리의 '미래의 물결'이란 책에서 받았던 딱 그 느낌이다.
이제 이 책의 핵심인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대책에 관한 후반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화폐의 재료가 금속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 인플레이션의 발생원인은 새로운 광산의 발견이나 금속의 채취비용을 감소시킨 기술의 혁신이라든지 화폐의 가치 훼손, 즉 화폐의 재료를 '귀금속'에서 '비속한' 금속으로 대체함에 있었다...초인플레이션 범주에 속하는 것은 제쳐두고 우리가 익숙한 정도의 인플레이션조차도 지폐가 널리 통용되면서부터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다.' (p. 224)
인플레이션은 이제 각 국의 정부가 생산량의 증가 속도에 비해 화폐량을 늘리는 속도가 빨라질때 나타난다. 정부는 직접적이고도 원천적인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다른 요인 탓으로 돌리며 '우민정책'을 펴는 경향이 강하다. 노동자의 임금인상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인가? 뛰어오른 석유값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인가? 이 책을 읽었다면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조세저항에 부딪치지 않으면서도 손쉽게 정부지출 증가를 가능케 하려는 수단을 이용하려는 정부 탓이다. 즉 화폐량을 증가시키는 정부가 잘못이다.
정부가 통화량 증가를 마음대로 못 한다고?
미국 정부는 정부의 한 부처인 재무성이 정부의 다른 한 부처인 연준에 채권을 매각하게 함으로써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p.240)
그러한 채권의 규모는 법적으로 제한되어있지만 어떻게 이를 피하여 간접적인 방법을 취하는지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과도한 화폐발행의 원인을 1. 정부지출의 급격한 증가, 2. 정부의 완전고용 정책, 3. 연방준비위원회의 이자율에의 집착을 꼽는다. 그 중 세번째에서는 경기침체 때 마다 이자율 인하 카드만을 쓰려하고 화폐량 조절에는 마음을 두지 않는 연방준비위원회를 비난한다. 이는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도 이미 겪고 있는 이자률인하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출구전략을 취하기 위해 다시 이자률을 인상하려고 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당장 이자률을 인상하게 되면 다시 경기가 위축 될까봐 조심스럽다는 전망도 뉴스에 자주 나온다. 지금 우리나라 역시도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를 주는 이자률 조정 정책이 아닌 통화량 정책이 주가 되야 하지 않을까?
'화폐증가율 감소에 따른 처음의 효과로 경제성장 둔화, 일시적인 실업증대 (인플레이션은 크게 진정되지 않은 채)가 나타난다. 1-2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인플레이션의 진정, 건전한 경제, 비인플레이션적 성작 촉진과 같은 좋은 효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p.249)
역사 시간에 '우민정책'이란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백성들은 뭘 모르니 거기에 맞춰 윗분들이 알아서 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인데, 이제는 이런 정책이 통하지 않을 만큼 국민들의 교육 정도가 상당해졌다. 하지만 단 하나의 예외 분야가 있는데, 경제이다. 우리 국민들도 경제 정책에 관한한 이러한 우민정책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한다고 본다. 좀 더 이기적으로 얘기하자면, 정부가 어떤 경제 정책을 펴게 되면 단기적으로 어떤 효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어떤 식으로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해서 펀드건 직접투자건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