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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성적으로 살기로 했다
서이랑 지음 / 푸른영토 / 2020년 1월
평점 :
1.내성적이고 말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1인으로써
외향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몇 번 해봤지만 제대로 성공한 기억은 없다.
나 아닌 다른 내성적인 사람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할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내성적으로 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건지 궁금하여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그냥 무심코 지나가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긴한데
그래도 왠지 꺼림칙하고 뭔가 개운치않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개인적인, 어떻게 보면 사소하게 여겨질 수 있는 일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고,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냐면서 같이 공감해주지 않는(또는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잊혀지거나 또는 해소되지 못한 채 어딘가 구석에 자리잡고 있을 잔감정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차분하게 되새겨지면서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나만 해도 '내성적이고'가 아니라 '내성적이지만'이라고 해야 자연스럽게 느껴지거든.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말들을 접하면서 세뇌가 되는거지.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에 세뇌되는 것처럼. 내성적인 건 단점이 아니니 어쩌니 하면서도 현실에선 모두가 이런 말들을 당연하게 쓰고 있으니 누가 단점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어?'(p.63)
3.
-'어쩔 수 없는 것을 어쩔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은 그렇게 희망이 아닌 폭력이 된다. 그 폭력에서 나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다. 나는 나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상대에게 직접 행사하는 폭력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폭력을 행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얼마나 교묘하고 또 얼마나 서글픈지.'(p.81)
외향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가장 스스로를 괴롭게 했다는 작가의 글에 깊이 공감했다. 내성적인 성격은 네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고,
지금은 누군지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현재도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일시적인 효과가 조금은 있을 것 같다가도 궁극적으로는 결국 아무런 변화가 없는 노력을 한 뒤에 좌절하고, 그래도 가능할 거라는 믿음에 다시 시도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았던 과정들이 나만 괴롭고 불편했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적지않은 힐링을 주었다.
4.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를 더 꼽자면 남의 눈치보는 것을 자신의 중요한 하나의 요소로 받아들이겠다는 글귀였다.
-'나는 이제 눈치 보지 않겠다고 작정하지 않겠다.
눈치를 보는 것 또한 나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아직도 한심할 정도로 남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마음은 옛날보다 훨씬 편해졌다. 어쩌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p.213)
원래는 다른 사람의 눈치보는 것을 고치려고 하거나 애써 부정하려 하기만 했었다. 남의 눈치를 보는 걸 왜 꼭 고쳐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약간 허탈한 것 같으면서도 홀가분하다. 생각해보면 외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신을 괴롭히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5.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꼭 공감과 위안만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도 포함이었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것과 남의 마음을 신경쓰지 않는 것은 분명 다르다.'(p.203)
한때 성격을 바꿔보겠다고 일부러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척'을 해본 적이 있다. 당시의 나는 그것이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을지 모르나,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남는건 찝찝하고 후회되는 감정 뿐이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최악의 결말은 따로 말할 것도 없었는데
이제는 확실하게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신경 쓰지 않아야 할 것('시선'과 '마음')을 착각했던 것이다.
짧은 문구지만 읽을 때마다 미안한 대상이 자꾸 떠올라 속이 따끔거린다...(ㅠㅠ)
6.외향적인 성격으로 바꿔보고 싶은데 잘 안되거나, 성격을 고쳐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저같은)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속시원한 해결책 보다는,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게 아니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생각치 못했던 적절한 비유와 해석이 매력적인 책이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꼭 고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하는 안심을 얻는데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