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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사람을 그만두면 인생이 편해진다 -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지키는 자기주장의 심리학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지음, 권은현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줄 때마다 나는 옳은 일을 한다고, 내가 한 일은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p.18)
어렸을 적에는 '착하다'는 말을 칭찬으로만 받아들여, 그 칭찬이 듣고싶어서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무조건 좋은 뜻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듣게 되는 그 말이 마치 비아냥처럼 들릴 때도 있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꺼라고, 내가 지금 컨디션이 안 좋아서 삐딱하게 들리는 것일 거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가곤 했다.
그렇게 납득하고 끝났더라면 난 이 책 제목을 봐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과의 교류하는 자체가 점점 피곤해졌다. 그런 와중에도 거절을 제대로 못해 귀찮은 일을 떠맡게 되고 마는 내가 싫어서 그 원인과 해결책을 알고 싶어 이 책의 서평을 신청하게 되었다.
-차츰 나는 나 자신이 싫어졌고, 나에게 거리낌 없이 부탁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갔다.(p.19)
-왜 사람들은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나의 정당한 의사 표현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일까?
내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할까?(p.35)
이 책의 저자는 자신도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예스맨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오는 예스맨이 느끼는 감정과 의문들이 정말 남 얘기같지가 않았다. 예스맨을 벗어나기 위해 용기를 내어 거절을 하면 욕을 먹거나 상대방을 실망시켜 죄책감에 시달리고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는 내 난감한 심정과 의문들은 나만 느꼈던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무거웠던 마음이 많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특히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를 다룬 2장이 제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싶지 않아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이기적으로 보이고 싶지않아서 등등 거절하지못하는 총 10가지 이유를 제시하는데 그 단락 하나하나에 들어가있는 내용들이 정말 인상깊었다.
그 중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낮은 자존감 때문에 거절을 못하는 사람의 경우다.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하고, 그런 생각이 지나칠 경우 수치심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거절을 못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에서 권하는 방법은 '작은 것'부터 결심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작은 것'을 무엇으로 할지 결정해야하는데,책이 권장하는 것은 바로 '거절하는 습관'이다. 작은 거절부터 시작해서 거절을 거듭할수록 나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게 되고 자존감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거절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기회를 포기하고 스스로 외톨이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언젠가부터 내 사전에서 '거절'이라는 말 자체를 지워버렸다.(중략)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은 욕구가 바로 예스맨이 되는 주된 원인이다.( p.74)
-왜 그랬을까? 부탁하는 사람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는 게 내 생각을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웠기 때문이다.(p.87)
다른 사람이 날 좋아해주길 바라고, 충돌하고싶지 않아하고... 2장을 통해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정말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내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나라는 사람을 대략적으로 파악하는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3장과 4장에서는 이 책의 목적인 본격적으로 거절하기 위한 전략을 10가지씩 소개한다.(3장에서는 보너스로 4가지의 전략이 추가 설명되어 있다.)
그 중 거절을 할 거면 솔직하게 거절하라는 것과 너무 시간을 끌지 말라는 것(상대방에게 희망고문을 하는거나 다름없고 날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보이게 할테니까), 구체적인 이유를 대어서 자신의 한계를 설명하여 상대방을 납득시킬 것 이 3가지를 우선적으로 활용해보려한다.
4장에는 각각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거절할지에 대해 나와있으니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 들춰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죄책감없이 당당하게 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상대방한테 죄책감없이 거절하는 방법을 연구해보자는 생각을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었다.
대답은 '예', '아니오' 이 2가지 선택지로 한정되어있었고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거의 '예'를 선택해왔던 나는 진작에 이 책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거라는 유감이 들기도 했다.
-중요한 점은, 나의 결정이 상대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생각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존감이 높으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더 생긴다. 자신감은 자신의 감정을 이용하거나 협박하는 사람과 맞닥뜨렸을 때 결정을 바꾸지 않고 지킬 수 있는 용기를 준다.(p.159)
거절을 못해서 스트레스 받고 좌절하는 상황을 언제쯤이면 극복할 수 있을까, 착잡해지곤 했었는데 지금이라도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단번에 고쳐질 것 같진 않지만 책에서 저자가 말했듯이, 이 책을 한번에 훑어보고 끝내지말고 이 책에 나온 내용 중 하나라도 실천에 옮겨보려는 노력을 시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