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 - 인생이라는, 절대 끝나지 않는 게임에 관하여
제임스 P. 카스 지음, 노상미 옮김 / 마인드빌딩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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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는 삶에서 중요하다. 인간은 숭고함과 저열함을 동시에 지닌다. 지성과 감성, 사랑을 지닌 인간성의 숭고함과 결국 배고프고 배 채우며 죽어갈 운명을 지닌 동물성의 저열함. 블레이즈 파스칼은 인간을 '흔들리는 갈대'라고 표현했다. 나는 그가 인간의 기저에 있는 이러한 모순을 표현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을 쳐다보며 똥을 싸기. 그리하여 이 모순적 상황에 의해 인간은 고민하며 살아간다. 이 때 만약 '놀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환경에 순응한 채 비인간이 되거나, 고민에 끌려 다니며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인간은 정말이지 놀이를 발명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뭔가를 사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인 제임스 카슨은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를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으로 나눈다. 끝이 있는 놀이와 끝이 없는 놀이. 더 정확하게는 '끝나길 바라는 놀이'과 놀이의 유지 자체가 목적인, 즉 '계속되길 바라는 놀이'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쩐지 '게임'이라는 단어가 컴퓨터 '게임'의 용도로서 독점되고 있는 느낌이지만, 나는 여기서 말하는 '게임'이 '놀이'라고 이름지어질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놀이'라는 게 언제나 즐거운 것도 아니다.


 독자로서 나는 이 글의 은유들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예컨대 유한 게임은 연극적이고, 무한 게임은 극적이다. 유한 게임에는 정해진 대본과 결말이 있고, 무한 게임에는 정해진 결말도 없다. 유한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강해지기 위해(to be powerful)' 플레이하고, 무한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강인함과 함께(with strength)' 플레이한다(49P). 요컨대 지나간 과거에 한하여 한계 '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과 미래에 관하여 한계와 '함께'하는 강인함을 구분한다. 이런 의미에서 번역도 참 잘 된것 같다. 나는 이 문장들을, 이 글을 쓰다 멈추고 잠시 갔던 화장실에서 찾았다. 그냥 책을 펴면 이런 좋은 은유들이 나온다. 키에르케고르와 베르그송의 사상에 비할 수 있다는 말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괜찮은 글이다.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는 점이 유일한 장점이라면, 문학책을 읽는 게 나았을 것이다.  이 책을 철학책으로 분류하고 싶은 건, 삶에 대한 묘사와 삶의 지향점 제시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힘', '타이틀' '국가', '사회', '문화', '웃음' 등 사회와 개인의 차원의 요소들을 아우른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 구분을 받아들인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는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유한 게임인가? 무한 게임인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혹은 쓰고 있는 행동, 이것 자체는 끝나길 바라는 놀이인가, 계속되길 바라는 놀이인가?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것은 유한 게임에 가까운가, 무한 게임에 가까운가? 혹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명성인가? 사랑인가?


 은유는 사람에 따라 꽤 호불호가 갈리는 글쓰기 방식이다. 당장 아마존이나 'Good Read'같은 사이트에 가면, 별 5개와 1개가 리뷰 페이지를 양분한다. 왜냐하면, 때로 은유를 사용한 개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의 구분에 공감하지만, 혹시 누군가가 이 책의 독서를 원한다면 나는 그가 이 책을 논문보다 더 질문하며 읽기를 바랄 것이다(나도 그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글이 유치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살면서 시간을 두고 한 두번은 더 읽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른다. 나도 이 책이 언젠가 유치하다고 느낄지 아닐지. 그러나 지금 내 삶의 단계에서 이 책이 말하는 바에 나는 공감한다.


 사랑을 찾기에 너무 얕고 빠른 시대이다. '게임'의 느낌이 강해진 동시에 '놀이'의 느낌은 옅어진다. 사랑을 찾고 싶다면, 이 놀이를 계속 하고 싶은지 아닌지 물어보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P.S

1. 자칫 고위경영자들의 논리를 강화할 수 있다. 만약 이들이 책을 읽은 후, '봐라. 이 책이 말했듯, 당신들은 지금 하는 일에 대해 무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야한다'고 말하거나 '당신이 그토록 일을 못하는 것(그건 열심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은 당신이 이 일을 유한 게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면 꽤나 끔찍한 일일 것이다. 노예와 주인의 도덕은 언제나 조심스레 말해져야 한다.


2. 무한게임과 유한게임의 관계에 관하여. 자칫 유한게임의 가치가 절하되는 인상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무한게임에 유한게임들이 속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 이 책은 일관되게 무한게임을 이상적인 것으로 그리지만, 그래서 유한게임은 우리 삶에서 전혀 필요가 없는 것일까? 만약 필요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삶을 무한 게임에 가깝도록 가져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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