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 엄마, 김혜민 경찰입니다
김혜민 지음 / 홍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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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판매 기간에 서둘러 구입하여 쓴 내돈내산 솔직후기입니다.
오늘은 출판사 홍림의 시간 휴먼에세이 김혜민 저, <시후 엄마, 김혜민 경찰입니다>를 소개합니다. 발달장애 아이 시후를 키우는 지난 6년 간의 기록이라 합니다. 좌절과 슬픔으로 점철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옛 명화같은 표지 그림을 보며 기우였음을 바로 깨닫게 됩니다. 제복을 입고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자애로운 눈길을 주고받는 그림을 보며, 절대 주인공이 죽지 않는 히어로 영화를 보듯 안심하고 책을 펼치게 됩니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경찰과 장애 부모 사이에서 애매하게 서 있는 사람, 그게 나였다.(프롤로그)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때론 장애아 인권 옹호를 위한 시위 현장에 있는 경찰관으로서, 1인칭도, 3인칭도 되지 못하는 저자의 고민에서 글은 시작됩니다.

♥출동한 경찰에게 아이와 함게 죽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호소는 어쩌면 살고 싶다고, 살려 달라는 반증이었을지도 모른다.(프롤로그)
현장에서 사건의 이면까지도 감정이입하여 들여다보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녀는 분명 이상한 경찰입니다.

♥“엄마, 의사가, 시후가, 자폐래.”(p.36)
짧은 문장에 쓰인 쉼표 세 개가 그 어떤 긴 문장보다도 큰 울림을 줍니다. 첫 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글솜씨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진단명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함께하는 이 순간이라는 것을. 아이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p.38)
숙명을 받아들이면서도 부모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단호함이 엿보입니다. 시후는 엄마의 그늘 아래에서 지금도 앞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겠구나 안도하게 됩니다.

♥“죽고 싶어요.”(p.41)
세상은 따뜻할지언정 자폐아의 닫힌 세계에는 때론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너무 정직하게 내뱉은 자식의 말 한마디에 저자는 세상 모든 시름을 홀로 짊어지게 됩니다. 과연 저자는 어떻게 시후에게 삶의 의지를 북돋아주게 될지 서둘러 책장을 넘겨봅니다.

♥“엄마 미안해요.”
“미안할 때만 사과하는 거야. 미안해 하지 마.”(p.46)
저자는 아이의 모든 것을 수용함으로써 아이를 자기 삶의 주체로 서게 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남편은 오래전부터 그만 애쓰고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하라고 말했다.(p.62)
장애아를 둔 아버지는 엄마보다 약합니다. 표지 그림에서 아버지는 벽에 걸린 액자 속에 희미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심약한 아버지가 시후의 아빠로 거듭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우린 조금씩 세상에 아이를 오픈하는 중이다.(p.82)
온갖 차별과 냉대의 시선을 가진 세상에 아이를 내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저자의 시린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문장입니다.

♥누구에게나 알맞은 속도가 있다. 우리 어여쁜 시후의 시간은 다소 느릴 뿐이다.(p.113)
다소 느리면 어떠하리, 이렇게 따뜻한 것을.(p.164)
아이의 드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고통의 나날을 보냈을까요? 그렇습니다. 시후는 느리지만 괜찮습니다. 빛나니까요.


♥타인의 다름을 이해해 주는 일, 쉽지 않다. 그런데 겪어보니 더 어려운 것은 오롯이 받아들여야 하는 그 대상이,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아이라는 사실이다.(p.180)
저자는 결코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강하다지만 진짜 강한 엄마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녀는 정말 이상한 엄마입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가 안도할 수 있는 텀을, 지역사회가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p.185)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의 보폭에 맞춰 그냥 걷는 일, ‘중꺾마’다.”(p.186)
장애아를 키운다는 것은 가정에서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세상밖을 향한 저자의 외침, 이제 우리가 그 답을 내놓을 차례입니다.

장애아를 키우며 좌절과 행복 사이를 오가는 부모님들, 그리고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만나는 선생님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 조금은 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홍림 #김혜민 #시후엄마김혜민경찰입니다 #구론산바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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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집에 삽니다
이경재 지음 / 홍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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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회백으로 둘러싸인 전원주택의 삶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책 서너 꼭지를 넘길 때 쯤 벌써 깨달았다. 사람, 사랑,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이경재 작가의 글은 마치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동굴 속 온기와 냉기를 오간다. 김연수의 감성과 김훈의 서정과 김정운의 익살이 한데 섞여 잘 차린 한식 한 상을 선사한다.

큰 사건의 전개는 없다. 그럼에도 술술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곱씹어 본다. 그건 아마도 인간의 냄새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따뜻한 삶의 전형을 그가 대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줄 알면서도 우리는 기꺼이 패자가 된다.

아내와 자식에 대한 지극한 애정, 담장을 넘어 이웃을 향한 넘치는 배려, 일과 삶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 그리고 온기를 담아 세상을 읽는 그의 시선,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담고 있으면서도 무겁지 않다. 

부모로, 배우자로, 그리고 사회인으로 다양한 페르소나를 쓰고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복잡다단한 관계에 지친 이에게 활력을 주는 한 병의 구론산바몬드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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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 한국출판문화 진흥재단 2024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구론산바몬드 지음, 루미 그림 / 홍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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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엔 공부 바보로, 커서는 생활 바보로 살아가는 X세대의 좌충우돌 생존기, 재미와 감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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