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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업
셸 실버스타인 지음, 김목인 옮김 / 지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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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 실버스틴인의 작품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어린이가 읽어도 좋지만 삶을 어느정도 살아본 이들이 읽을 때 더 깊이 감동할 수 밖에 없는 책이다. 그 진한 감동을 다시 느끼기 위해 새로 간행되는 폴링 업 펀딩을 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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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골무가 가져온 여름 이야기 - 1939 뉴베리상 수상작 햇살어린이문학 2
엘리자베스 엔라이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햇살과나무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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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골무가 가져온 여름 이야기>의 원제는 <Thimble Summer>, 그러니까 골무 여름이다. 골무 여름이라니. 쉽사리 의미가 와 닿지 않는다. 우리 정서에 맞게 <마법 골무가 가져온 여름 이야기>로 제목을 붙인 것은 번역가의 멋들어진 작법이다. 오래전 비룡소에서 나왔던 작품을 전문 번역 집단인 햇살과나무꾼이 이젠 출판사 이름을 당당히 걸고 새로 펴냈다.

저자인 엘리자베스 엔라이트는 풍자 만화가인 아버지와 어린이책 삽화가인 어머니, 유명한 건축가인 외삼촌 등 예술가들에 둘러싸여 자랐다. 삽화가가 되어 책에 그림을 그리다가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온전히 그리고 싶은 열망으로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어려웠던 대공황을 시대적 배경으로, 위스콘신 시골을 공간적 배경으로 만든 작품이다.

 

왜 하필 많고 많은 소품 중에서 골무를 제목으로 올렸을까? 특별한 주석이나 해설은 없기에 그저 상상해볼 뿐이다. 우리나라는 헝겊 골무가 대부분인데 유럽의 골무는 금속, 도자기, 나무가 많다고 한다. 작품의 주인공 가넷이 농장 근처 강가에서 주운 골무가 바로 은색 골무다. 가넷은 근사한 물건인 은색 골무가 반드시 행운을 가져다줄 거라고 믿는다. 그렇다. 가넷이 주운 귀한 물건이 반지가 아니라 골무인 것은, 바로 행운의 상징물인 때문이다. 손을 치장하는 장신구가 반지라면 골무는 현실의 삶을 채워가는 단단한 바느질 도구이다. 대공황과 농사를 짓는 가족의 미래를 위협하던 기나긴 가뭄이, 가넷이 골무를 주운 바로 그날 저녁 폭풍우가 시작되어 해소된다. 농작물의 수확이 한해 가족의 먹거리를 결정하는 농가에서, 적절한 비와 기후야말로 자연이 주는 선물인 셈이다. 여성이 한 가정에서 담당하는 가사와 육아에 있어 바느질은 필수노동이었을 테고, 이 가사노동에 골무는 꼭 필요한 도구였을 터다. 그 중요한 노동의 도구에서 행운은 시작된다. 그러니 행운은 결국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가넷이 골무를 발견한 날 비가 내리고, 정부에서 돈을 받아 너무 낡아 무너질 것 같았던 헛간을 새로 지을 수 있었다. 헛간을 새로 지을 석회를 굽는 날엔 에릭이라는 떠돌이 소년을 한 식구처럼 맞이하는데 이 모든 것이 골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넷이 애지중지 키운 새끼돼지는 박람회에서 일등상을 받아 파란색 리본을 획득한다. 이 책에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곳곳에 버무려져 있다. 샌드위치와 사과파이뿐 아니라 토마토, 오이, 자두 콩 등을 갈무리해서 병조림하는 일상이며 탈곡기로 귀리를 탈곡하고, 석회를 굽는 일상 등, 온갖 필요한 식품이며 물품을 직접 만드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낯설지만 아름답고 신기하게 펼쳐진다. 필요한 것은 언제든지 주문할 수 있는 인스턴트가 대세인 요즘 세상에서 조금 느리지만 자연의 이치에 맞게 순환하며 살아가던 시대의 아름다운 일상을 엿볼 수 있다.

 

1930년대, 미국 중북부를 배경으로 한 오래된 이 책이 지금 새롭게 펼쳐진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하던 시대, 아홉 살 가넷이 챙겨온 청구서를 가넷의 어머니는 저녁 식사 이후 아버지에게 보여주기로 하고 숨겨둔다. 사소하지만 이런 세심한 배려가 책의 구석구석에서 빛을 발한다. 가넷이 오빠에게 화가 나 몰래 집을 나갔다 온 사실을 안 동네 아저씨는, 가넷을 혼내는 대신 일에 바쁜 엄마 아빠에게 알리지 말라는 현명한 조언을 한다. 떠돌이 소년 에릭을 맞이하는 가족의 넉넉한 마음도 돌이켜볼 만하다. 모두 빠듯한 살림에도 묵묵히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이런 마음을 우리가 회복할 수 있을까. 가넷이 동네 언니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보다 도서관에 갇힌 에피소드도 웃음을 머금게 한다.

 

에릭과 가넷, 가넷의 오빠 제이는 커서 동업자가 되어 농장을 멋지게 가꾸자고 약속한다. 가넷은 골무를 꺼내며 에릭에게 말한다.

이건 마법 골무거든. 이 골무에는 굉장한 힘이 있어. 이걸 주운 뒤로 모든 일이 일어났어. 바로 그날 밤 비가 내려 가뭄이 끝났잖아! 내가 골무를 발견한 뒤로 이 모든 일이 일어났고, 하나같이 좋은 일뿐이었어! 난 올해 여름을 언제까지나 골무 여름으로 기억할 거야.”

 

여름이 가고 훌쩍 가을이 다가온 요즘, 지나간 여름을 어떻게 기억할까? 가넷의 골무가 손가락을 보호하는 데서 나아가 가족의 한 여름을 희망으로 채워주었다면 우리의 여름 역시 보이지 않는 어떤 희망으로 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 책의 빼놓으면 서운할 미덕 하나. 문장의 재미난 표현과 자연을 묘사하는 아름다움이다.

 

씽씽 불어오는 바람에 가넷의 갈래 머리가 뒤쪽으로 쫙 뻗치고 시트로넬라의 앞머리가 울타리처럼 곤두섰다. 코가 바람에 밀려 얼굴에 납작 눌러 붙는 것 같고, 입에서 나오는 말도 바람에 휙휙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다.(78)”

 

, 이렇게 좋은 날씨라니! 가넷은 햇살 속으로 한 팔을 들어 올렸다. 팔에 난 솜털이 금빛으로 반짝이고 오므린 손가락은 빛이라도 담고 있는 양 호박 보석 같은 색을 띠었다.”(136)

 

가넷은 뱃속에서 회전 폭죽이 불꽃을 뿜으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138)


이런 문장들은 생생하고 재미있다. 딱 어울리는 비유법은 책 속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불러들이고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독서를 하는 이유다. 읽으면서 그냥 아름답고 따뜻한 세계로 여행하는 것, 이것이 책을 읽는 가장 단순하고도 깊은 이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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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7 1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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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골무가 가져온 여름 이야기 - 1939 뉴베리상 수상작 햇살어린이문학 2
엘리자베스 엔라이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햇살과나무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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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신비로운 자연을 느끼면서 야영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른이나 아이 모두 이 책을 읽고 세상의 신비를 느껴볼 수 있겠지요. 여름이 가는 길목에서, 뜨거운 여름을 그리며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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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0 세트 - 전20권 - 박경리 대하소설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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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판을 읽고는 부족해서 늘 읽어야 할 목록으로 손꼽았던 책이라 북펀딩으로 구매했습니다. 올 여름 이 책을 읽을 생각으로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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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감영
최용호 지음 / 그림책도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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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자꾸만 보게 될수록 사랑하게 되는 게 바로 우리의 오랜 건축물이 아닌가 싶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무게와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옛 건축물에는 오롯이 스며있다

게다가 그 건축물이 안고 있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생각하면 건축물은 이제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를 건넨다.

<강원감영><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으로 이미 오래된 건축물의 이야기를 멋지게 표현해낸 적이 있는 최용호 작가의 그림책이다

지역의 오래된 건축물의 주는 아름다움과 역사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데, 여기에 더하여 작가의 그림책에는 인물이 살아있다.

<강원감영>에 등장하는 인물은 어린 우영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감영 앞 지물포 집 아들인 우영이를 통해 감영이 무엇을 하는 곳이며 관찰사가 부임하는 날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게 된다

여기서 잠깐, 우영이라는 아이는 그냥 궁금한 시선으로 감영을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다

우영이는 자신의 집에서 만든 종이를 감영에 심부름하며 문서로도 쓰이고 책으로도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절한 어른인 영리 어르신에게 종이를 배달하며 지식을 얻고,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와 가업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게 되는 것 또한 이 책의 각별한 의미라 하겠다.


이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주는 보너스 같은 이야기는 책을 열면 나타나는 <관동별곡>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병처럼 깊어 죽림에 은신하고 있었는데~’로 시작하는 송강 정철의 고전시가다,

학창 시절 배웠던 작품을 되짚어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지역의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소개되어 즐겁다

더 많은 지역의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널리 알려져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옛것이 지금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해 주면 좋겠다.


얼마 전 다녀온 강원감영의 아름다운 사진을 다시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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