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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함께 읽기다 -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 이야기
신기수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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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곳곳에서 책 행사가 벌어진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외국에서도 가을이 오면 이렇게 책 관련 행사가 벌어질까. 국민 거의 모두가 책동아리 하나쯤에는 가입되어 있다는 북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도, '책읽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을까?

한국인은 일주일에 평균 3시간정도 책을 읽고, 그래서 조사 대상 30개국 중 꼴찌라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일주일 3시간 독서는 정말 '평균'일 뿐이고, 어쩌면 책읽기에서도 극단이 존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쪽엔 책을 무지 좋아하는 독서광들, 또 한쪽엔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들.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책을 일단 좋아하면 책을 많이 읽게 되기 쉽지만 책의 재미를 모르면 책을 손에 드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간에서 서성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읽고 싶은데도 책읽기가 쉽지 않은 경우. 이럴 땐 무엇이 문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어렵게 손에 잡은 책이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어느새 책은 멀어진다. 이럴 때, 함께 읽기를 통해 책읽기의 재미속으로 빠져드는 건 어떨까?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의 학인들이 내놓은 <이젠, 함께 읽기다>는 책읽기가 재미와 의미를 넘어서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몇 년간 바쁘게 직장 다니며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자신이 바보가 된 느낌이 든다는 직장인 남자,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입시, 취업을 향해 힘들게 쫓아왔지만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해 자기 모멸감에 젖어 있던 젊은 여성, 주입식 교육 환경에서 질문하기에 익숙하지 않고 정답 강박에 빠져 있는 아이들, 애들 키우고 남편과의 관계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던 주부, 자기계발서를 탐독했지만 길을 찾지 못했던 여성... 많은 이들이 책을 통해, 함께 읽기를 통해 삶이 변한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책은 모두 5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독서토론의 다양한 풍경을, 2부에선 책토론을 넘어서 영화토론과 글쓰기, 책쓰기 모임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보여준다. 생생한 현장 보고에 이어 3부에서는 2008년 시작된 학습공동체 숭례문학당이 진화해온 모습과 왜 '함께읽기'가 중요하고 필요한지, 독서토론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짚어본다. 인터넷 혁명으로 공유와 소통이 시대의 흐름이 된 이때 '함께 읽기' 역시 시대의 흐름이고,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 개혁으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장에서는 실제 독서토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진행자, 논제, 토론자, 세 구성요소를 통해 설명한다. 5장에서는 독서토론에서 읽을 만한 책들을 인문, 문학, 역사, 사회, 과학 분야로 나눠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추천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각 장의 마지막엔 책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한 개인의 체험기와 가족과 조직에서 함께 읽기를 통해 변화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을 읽고 싶지만 길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함께 읽기'를 적극 권한다. 함께 하는 독서토론에서 자신을 찾고, 성장하고, 동료 의식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지만 함께 읽으면 외롭지 않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기업에서, 병영에서, 읽고 토론하는 사회. 그렇게 소통하고 성장하는 사회에 동참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젠, 함께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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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엄마들 - 인문학 초보 주부들을 위한 공부 길잡이
김혜은.홍미영.강은미 지음 / 유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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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엄마는 두 부류였다. 직장맘이거나 전업주부. 하지만 이제 새로운 부류의 엄마들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공부하는 엄마들이다. 이른바 ‘공주’(공부하는 주부)라고도 불리는 엄마들. 도서관과 대중 강의실을 드나들고 공부 공동체에 접속해서 자신의 삶을 찾고 있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목매거나 남편만 바라보지 않고, 자기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 나선 엄마들이다.


<공부하는 엄마들>은 세 명의 40대 엄마들이 들려주는 공부 체험기다. 결혼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그림자 노동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가던 이들.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 후 삶의 주체로 우뚝 서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돈 버는 일이 목적이 아닌 공부를 왜 하는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부 재미에 푹 빠진 이들, 공부를 통해 변화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이 하는 공부는 인문학 공부다. 사서(四書) 읽기에 도전해 어떻게 살 것인가,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가 질문하고,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확인하면서 삶의 주체로서 내공을 다진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지학(知學)으로서의 공부가 아니라 삶과 직결되는 행학(行學)으로서의 공부를 하면서 앎은 삶이 된다. 직장생활 시절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성공에 대한 압박 속에 지냈던 엄마는 이제 진정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공부를 통해 찾는다.


세 명의 엄마가 들려주는 공부 이야기는 아주 구체적이다. 공부를 위해 일상을 단순화하기, 규칙적인 생활하기, 연습과 반복하기, 독서의 리듬 잃지 않기에서부터 ‘초서’(중요한 문장 옮기기)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해석하기, 소주제로 문장 모으기, 목차에 내용 한두 문장으로 요약하기, 항상 펜 들고 다니기, 자료 모으고 자기 생각과 관점 명확히 하기, 자료를 새로운 맥락으로 정리하기 등 엄마 특유의 ‘알뜰’ 공부법을 제시한다. 이 외에도 집에 도서관 만들기, 엄마 책상 만들기, 휴대폰 끄기, 산책하기 등 공부를 위한 몸 단련과 공간 만들기 등에 대한 조언도 놓치지 않는다.


많은 엄마들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잘 하기 어렵다. 이때 함께 하는 공부가 힘이 되고, 즐거움을 주며, 동기부여가 된다. 세 명의 저자 모두 인문학공부공동체에서 ‘함께’ 공부한다. 책은 공부공동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자세하게 들려준다. 공동체에서 공부하는 다른 엄마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공동체 교실 참관기를 통해 실제 강의나 공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준다. 동양철학 암송반, 시쓰기반, <논어집주> 공부반, <월든> 영어 낭독반... 아주 다채로운 공부모임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다.


인터뷰한 엄마들이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이제 이들은 공부하는 ‘소박한 일상’에 행복해하고 ‘제대로 나이들기’를 공부의 목표로 삼는다. 공부하는 엄마 덕분에 가족 간의 일체감이나 정서적 교감이 가능해지고, 여러 가족들이 함께 모여 책읽고 토론하는 얘기는 엄마의 공부가 어떻게 가족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이웃과 함께 작은 공동체를 열어 가는지 보여준다.


어떤 독자에게는 이들 엄마들의 공부 체험기나 공부공동체에서 제공되는 모임의 수준이 조금 높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누구나 자신의 취향과 관심에 맞게, 무리하지 않게 공부 양과 범위를 정해서 하면 된다. 공부는 끝이 없기에 어떤 단계이든지 시작이 가능하다. 이 책을 읽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동했다면 책의 부록에 나와 있는 다양한 공부 입문서 읽기부터 시작할 수 있다. 혼자 하기 싫으면 책 마지막에 소개된 다양한 공부공동체 중 자신에게 맞는 모임에 접속해 볼 수 있다. 요즘은 도서관에서도 다양한 독서토론 프로그램이 제공되니 도서관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왜 엄마들이 공부하는가? 책의 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을 때 왜 짖는지도 모르면서 따라 짖는 개가 되지 않기 위해 공부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면, 자식 교육이나 사회문제에서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좀 더 주체적인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다.  남들 좇아,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들, 이제 공부할 시간이다. 엄마들의 공부는 혁명보다 더 근원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엄마들의 공부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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