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프
김사과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시=고통=쾌락"


김사과 작가가 서문_비행기와 택시를 위한 문학에서 위와 같이 제시한 정의는 한 권의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처음엔 그래, 도시는 고통의 공간이고 쾌락으로 가득하지 하며 가볍게 공감할 뿐이었는데 소설을 읽어나갈수록 내가 현실을 너무나도 미화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몇 년 전 <02>를 읽고 김사과 작가의 글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주인공들이 어딘가 아주 좁은 공간에 갇혀 소리치고 있는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는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감상인데, 반대로 공간 자체는 아주 넓지만 그안에 존재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좁아진 곳에 주인공들이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포화된 상태. 그리고 계속해서 포화되는 중. 그게 무엇이든.

이 소설집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시선을 돌릴 틈이 없었다. 과감한 문단 나누기(소설에서 문단 나누는 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영어 단어나 문장 혹은 특수문자의 사용 등이 소설의 배경을 미래처럼 보이기도 했다. 엄청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미친듯이 쳇바퀴를 굴리는 한 마리의 쥐처럼.

그렇게 소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몇 가지 질문을 남긴다.

도시란 어떤 곳인가. 도시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그 도시 안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우리의 삶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그것 진정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인지? 뭔가 추구하고 있긴 한 거야? 사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건 아니고?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누가? 어떻게? 왜?

답을 말하기도 전에 질문이 쏟아진다. 나는 질문 포화 상태가 되어 답을 생각해낼 수 없고 그저 읽어나간다.

만약 이 소설집이 이야기들이 현실 같지 않게 느껴졌다면 그건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조금 더 나았으면 해서, 조금 더 인간다운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었으면 해서, 나도 잘 살고 싶어서 이 소설들이 그저 '소설'이기를 바랐다.

한 번쯤 돌아봐야 하는 시기가 있다면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눈감지 않고 이젠 두 눈을 뜨고 봐야 한다. 김사과 작가가 직면한 이 소설 속 세상들처럼 말이다.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