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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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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작가의 글을 읽을 때면 서늘함이 자주 느껴진다. 그 서늘함이 계속해서 서사를 긴장감 있게 유지시키고, 자연스럽게 인물의 깊숙한 내면까지 파고들어가기도 한다.
'마주'는 우리가 지나온, 2020년의 시간대를 가지고 있다. 그때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최대한 사람을 피하고 아주 작은 접촉도 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다른 사람이 나의 선을 넘지 않도록 온 신경을 다했다. 거절하는 만큼 거절당하는 일상이었다. 인물들은 이러한 시간대에서 너무나 위태롭고 불안하게 지내지만 끝내 서로를 마주한다.
이 책은 '함께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배제했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배제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에게도, 배제당한 사람에게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우리는 우리가 만든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존재들을 자꾸만 배제했다. 지우고 지우고 또 지우고.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며. 하지만 이제는 배제하기 이전의 삶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 이상 나의 삶과 너의 삶을 완전히 구분할 순 없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라는 핑계로 배제했던 것들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진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나는 나리와 수미, 그리고 '엄마'라는 존재에게 아이란 어떤 것일지 계속 생각했다. 나에겐 아이도 없고 아이 같은 존재도 없어서 쉽게 가늠이 안 되었다. 나리와 수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도 처음엔 그 감정에 온전히 이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어느 순간 그녀들의 집착이, 엇나가는 마음이, 왜 시작된 건지 알 것만 같았다. 아이는 나와 다른 존재임을 알지만, 알면서도 죽음을 감수하고 내가 낳은 것에 대한 소유욕과 그 존재를 향한 무한한 사랑은 약속처럼 정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관계라고 말이다. 그 감정을 잘 조절하고 나와 다른 인격체로 분리해서 보는 것 또한 엄마에게 주어진 숙제이지 않을까.
늘 그랬듯 날카롭고 집요한 묘사로 독자를 휘어잡는 최은미 작가의 다른 글과 앞으로 나올 소설도 기대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