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
델핀 페레 지음, 백수린 옮김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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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동화나 그림책이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어렸을 땐 얼른 어려운 책(그땐 지금 읽는 한국소설이나 시, 인문학 등이 어른들의 책처럼 보였다)을 읽고 싶었는데 오히려 이젠 아동문학을 내 의지로 찾곤 한다. 아동문학을 직접 쓰고 배우며 내 안에 박혀 있던 가시들이 뽑아져 나가기도 했고 새로운 덩어리가 채워지기도 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이란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게시글을 봤을 때 바로 신청해야겠다고 마음먹을 수밖에 없었다. 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백수린 작가님이 번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작가님의 섬세하지만 뚜렷한 시선이 더해져 어떤 작품으로 다가올지 기대됐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의 어느 여름 이야기이다.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풍경, 잠자고 있는 모습, 사탕을 먹어 보려고 하는 주인공, 장화가 작아져 버린 일 등 이어지는 듯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는 마치 파노라마 같다. 인화한 사진을 한 장씩 넘겨보며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회상하는 느낌이 든다. 나는 주인공의 사소한 일상을 보며 자연스럽게 내가 지내왔던 여름들을 떠올렸다. 집 앞에 있던 하우스가 도로 공사로 인해 없어지기 전에 밤이면 그 앞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할머니와 함께 별을 보던 일, 해가 늦게 떨어지는 덕분에 저녁까지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했던 것, 학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초록색 뱀을 보았던 일,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배차 시간이 긴 버스를 기다렸던 것. 생각하면 끝도 없이 나오는 소소한 일화들이 어느새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엄마, 그거 알아요?

-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이었어요.

(118p)

마지막에 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이었다고 말한다. 소란스럽지 않고 느릿느릿하게 흘러갔던 그 여름이 말이다.

나는 여름만 되면 몸이 쉽게 피로해져서 되도록 밖에 나가지 않는다. 매년 기온이 올라가는 탓도 있겠지만, 날씨가 더우면 기분이 쉽게 상하기 마련이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더위는 내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있어서 절대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서 여름을 마구 가지고 놀며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름이 즐겁기보단 무서워지는 건 환경 문제가 클 테고 그 원인에 나의 부주의함도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여름을 예전처럼 마음껏 만끽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슬프기도 했다. 방금 언급했듯 환경에 대한 것도 그렇고 나의 일상이 여러 가지로 일로 여유를 잠시 미뤄두면서 전전긍긍하기 바빴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서평단 활동을 통해 나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언젠가 그 여름을 넘는 더 아름다운 여름이 내게 찾아올 거라고 믿는다. 나는 그 여름을 만나는 날까지 천천히 걸어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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