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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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강렬한 장르 소설들을 연달아 읽으며 재미를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지쳐있었던 차에 정지아 작가님의 신작 《찌니주의보》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되었습니다.

이 책을 펼치고 느낀 첫 감정은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장르물의 긴장감 뒤에 만난 이 책의 평온함은 제 마음에 단비처럼 다가왔습니다.
​ 무엇보다 책을 읽는 내내 깊이 감탄한 부분은 정지아 작가님의 문체였습니다. 표현감이 어찌나 다채롭고 훌륭한지, 소설을 읽는 내내 제가 소설 속 수평마을 현장에 사람들과 함께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살아 움직이듯 어우러져, 마치 나의 시골 마을에 데려다 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더 볼 수 없는 할머니 생각에 뭉클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참 따뜻해지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수평마을 사람들이 '레지'(이 책에서 레즈비언을 부르는 명칭)라 부르는 찌니들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 사연 없는 사람이 없고, 처음에는 나쁜 사람처럼 보였던 인물조차 그 이면의 사연을 들여다보면 가슴 울리는 이야기가 있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참으로 다양한 삶의 결 속에 선함과 웃음, 감동이 가득 녹아있어 간만에 읽으며 미소 짓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형광펜으로 밑줄 그은 인상 깊은 구절들도 마음 깊이 남았습니다.
​ 첫 번째로, 엄마이기에 남과 다른 길을 걷는 딸 성진의 마음을 가슴으로 슬퍼해 주는 듯한 대목은 엄마의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상처투성이 딸의 손에 바셀린을 듬뿍 발라주는 모습은 마음을 울렸습니다.
​ 두 번째로, "찌니들이 말이여. 레지랴 레지"라고 소곤거리는 부분은 시골 사람들의 순박한 호기심과 동시에 개인의 사생활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 세 번째로, "진저리나게 싫던 고수가 씹을수록 고소한 것도 같았다"라는 문장은 이장의 시선에서 참 깊은 울림을 준 구절이었습니다. 과거 스무 살 어린 베트남 아내 쑤언이 낯설어 어찌할 바 몰랐을 때, 낯선 이에게 먼저 말을 붙이라며 정을 터주었던 어머니(양촌댁)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쑤언이 낯선 찌니들에게 밥을 먹이고 다정하게 말을 붙이는 모습을 보며, 쑤언에게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따뜻한 온기를 발견하고 세월 속에 스며든 깊은 정을 느끼는 이장의 마음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 마지막으로, 절골댁이 혜진에게 딸처럼 느껴져 엄마의 마음으로 건넨 말은, 저 역시 제 딸이 커서 힘들 때 꼭 해주고 싶은 말인 것 같아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찌니주의보》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름'에 대해, 그리고 그 다름을 따뜻하게 품어가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생생하고 다채로운 글맛으로 선사합니다. 장면 장면마다 인물들의 표정과 수평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그려져, 언젠가 꼭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됩니다. 장르물에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간만에 만난 최고의 힐링 소설입니다.
정식 출간을 기대하며 많은 독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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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런 방법이! 그리기 사전
김솔미 지음 / 사계절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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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막연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마음처럼 되지 않았고, 그림은 재능 있는 사람들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과 함께라면 나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단순히 그림을 따라 그리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도를 잡는 법,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법,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그리는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그림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책을 참고해 직접 따라 그려보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완성도 있는 그림이 나와 스스로 놀랐습니다.
차근차근 따라 하다 보니 그림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생겼습니다.

아이들과는 책 속 ‘얽매이지 않고 그리기’ 방법 중 하나인 검은 도화지 그림 그리기를 해보았습니다.
함께 그림책을 읽고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자유롭게 표현해보았는데, 결과보다 과정 자체가 무척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기 사전》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사람뿐 아니라, 그림을 부담 없이 즐기고 싶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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