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웅 안중근 -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지 않는 세계를 꿈꾸다
전우용 지음 / 한길사 / 2022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인간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이 정답을 희구하는 의문 중 하나이리라. 이 책은, 나아가 이 책이 담아낸 독립열사 안중근의 일생과 생각은 이 끝없고 어려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혹은 하나의 예시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안중근은 의거에 참여하기 전, 의병으로서 살았던 당시 뼈아픈 실패를 겪었다. 일본군의 척후병을 국제법에 따라 해하는 일 없이 놓아주었던 것이 실책이 되어, 동료들과 함께 추격당하며 생사를 오간 일이 그것이다. 그는 이 실패를 통해 문자로 기록된 법과 실제의 괴리를. 현실의 벽에 가로막히는 신념의 무력함을 경험했다.


그는 위와 같은 좌절을 겪었음에도 불구, 끝까지 정의를 관철했다. 적의 목숨을 존중하던 의병의 마음은 꺾이는 일 없이 의연하게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의사의 뚝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강건함이 그려낸 삶의 궤적이 세계의 정세와 미래를 바라보는 그의 시점과 생각에 보다 큰 무게를 부여했다. 그가 직접 겪은 부조리의 현실이 그를 선구적인 사상의 길로 자연스레 이끈 것이다.


요동치는 세계를 살아간 그는 증오나 절망 등의 극단적인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평화'를 주창했다. 사형선고를 받아 의사로서의 당당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가 쌓아 온 생각과 마음. 즉 '축'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애국정신, 한 명의 군사로서 나라에 헌신하는 의지, 세계 전체의 평화를 지향하는 마음까지. 안중근의 글과 생각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며 우리 민족의 정신을 고무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진정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그의 생각이 아닌 자세이다. 경험을 통해 세계와 사회를 보는 눈을 기르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신념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안중근이 남긴 업적 속에서 영원불변할 진리이다. 신념의 사수死守로 대표되는 안중근의 정신은 억압 속에서 자유를 위해 투쟁할 필요도, 목숨을 걸어 무언가를 궐기할 필요도 없는 현대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삶의 이치다. 21세기의 독자는 조국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그의 행동을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 그러나, 죽음의 순간까지 평화와 미래를 생각한 그의 의지를 본받을 수는 있다. 따라서 그의 인간상을 세세히 분석하고 그의 삶을 탐구함으로써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깊이 알게 하는 것. 나아가, 그의 정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인생의 본질을 고찰할 기회를 독자에게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의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지금을 살아가는 독자의 삶과 역사에 이름을 남긴 안중근의 삶에 공존한다. 안중근은 앞서 살아간 인물로서,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길을 현대의 독자에게 제시한다. 이 책은 그런 그의 마음을 확연하게 대변하고 있다. 안중근이라는 '민족 영웅'의 의지가 숨 쉬는 이 책이,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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