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하게 제압하라] 남자 설명서, 대화법

오만하게 제압하라 -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 여자가 살아가는 법 ㅣ 오만하게 제압하라
페터 모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6월

책을 받고는 앉은 자리에서 반을 넘게 읽을만큼 책의 내용은 어렵지 않고, 여러 예들도 많고, 크게 통하는 메시지도 참 단순했다.

사실 제목부터가 '오만'과 '제압'이라는 단어와, 책의 표지에서 여성으로 상징되는 시크한 고양이가 남성을 억누르는 모습은 책을 처음 대하는 상황에서는 좀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상하리만큼 요즘은 남자와 여자가 지나치게 갈등구도로 가거나 조금만 페미니즘적인 모습을 보이면 지나친 댓글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이 책도 혹시나 그런 감정을 더 불러일으키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남자 작가가 쓴, '남자의 대화법'내지는 '남자 설명서'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심리학을 다루거나, 성 연구를 다루지도 않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다양한 직장 생활 경험 보고서이다. 하지만 직장 여성이나 남자 직원을 거느리는 여성 리더가 아니라도, 주변에 남자(남편이든 아들이든)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예들을 다루었고, 유럽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남자 동료, 남자 고객, 혹은 남자 상사와 잘 지내는 법을 배우고자 하는 직장 여성들뿐만 아니라 어머니, 교사, 변호사, 자영업자, 등 모두가 이런 전략을 잘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장 영역을 읽는데, '영역 표시'를 하는 사자같은 큰 동물들이 연상이 되었다. 나도 내 영역에 아무 말도 없이 침입하는 누군가를 분명 불편해 하기는 하지만, '남자들은 정말 영역 침범으로 권력신호를 보낸다는 말이야?', 내지는 '정말 이렇게까지 여기는 내 영역이라는 영역 점령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말이야?'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요새 바뀌고는 있다지만, 지위에 따라 공간을 배분하고 지위 차이가 많이 날수록 멀리 배치하는 것처럼 사무실 배치에서도 남성적 권력 논리가 들어 있고, 다른 이들의 영역에서는 항상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 나와있는 다양한 예들이 빠지니, 감동이나 이해가 덜 할텐데 이 책에선 끊임없이 말한다. 상대의 공격에 못들은 척 무시하거나 구체적 근거로 반격하려 하거나 상대의 과거에서 원인을 찾지말고, 상대의 공격단계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빠른 갈등해소법이라고. 그리고 직접적 갈등 상황에서는 자존심을 지키고 무기력한 기분을 극복하는 우선이라고.
꼭 대응을 말로 할 필요가 없고, '일어서기, 자리 옮기기, 침착하게 상대방 쳐다보기, 돌아서기, 미소 짓기' 등 일단 비언어적으로 대처하면서 시간을 벌어 상대의 공격을 분석하고, 그런 다음 하고 싶은 말을 하자.

자신이 원하는 상황이나 구조를 짜기 위해서는 권력을 가져야하고, 또 권력을 갖기 위해서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기에 앞서 자신의 욕구를 관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계속해서 작가는 말한다.
또 여성들에게 다른 사람 마음에 들도록 행동하는 '조화욕구 중독'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부터 시작을 하라고 말한다. 엄마로서도 너무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을 돌보고, 가정을 돌보느라 번아웃된 엄마들이여, 귀를 기울이자.

그리고 혹시 마지막으로 남자아이들이 왜 자꾸 싸우고, 갈등할까?를 궁금해하며 이것이 언제쯤 끝날지 묻는 엄마들에게 말해야겠다.
이것은 아이들의 일종의 게임이고, 갈등을 놀이로 생각하기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니 좀더 자라면 변할거라는 생각은 그만두는게 좋겠다고.

몇 년 전에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에서, 아들과 아빠가 너무 자주 싸워서 이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 엄마가 나왔었다. 엄마가 보기에는 둘의 싸움이 너무 심각하게 느껴져서, 항상 노심초사했는데 정작 둘은 자주 싸우면서도 서로에 대해서 별로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 않고, 오히려 이를 심하게 받아들이는 엄마와 딸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모든 남자들의 싸움이나 갈등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진짜 그럴까 하는 의심이 들었었다. 그런 의심을 하는 여성들에게 작가는 오만의 십계명을 끝으로 이야기한다. 네이티브스피커인 남성이 말하니, 백퍼센트는 아니라도 좀더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