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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헌 속 고조선을 읽다
박선미 외 지음 / 동북아역사재단 / 2024년 12월
평점 :
고조선 수업을 할 때면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다. ‘고조선은 정말로 기원전 2333년에 건국되었을까?’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사실이라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기원전 2333년이라는 연대는 조선 시대 역사서인 『동국통감』에서 유래한 것이고 이를 그대로 신뢰하는 학자는 거의 없다는 설명과 함께 출처 확인과 사료 비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동국통감』의 저자는 왜 수많은 연대 중 오늘날 기원전 2333년으로 계산되는 요임금 원년 갑진년을 고조선 건국 연대로 기록했을까? 『우리 문헌 속 고조선을 읽다』는 이처럼 고조선과 관련된 우리 문헌 기록들이 어떠한 맥락에서 등장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하는 책이다.
총 10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기자조선과 위만의 출신과 같은 직접적인 고조선 분석뿐만 아니라 단군 신화의 변화, 기자와 단군의 사적지, 기자 숭배, 한․중 외교에서 기자가 활용된 사례 등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군과 기자의 역사적 실재 여부를 논하기보다는 이들이 후대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탐구하는 쪽으로 수업에 활용하기에 적합한 책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기자조선설’을 수업에 다룬다고 한다면, 고조선 수업에서 ‘기자조선설’의 논리적 맹점과 기후명 청동기의 실체를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자조선’이라는 전승이 지속된 이유와 그것이 조선의 외교 전략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기자조선설’은 한 무제가 위만조선을 침공하는 논리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국 왕조들이 한국계 국가들에 제후국의 예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간헐적으로 언급되는 관념이었으나, 원 간섭기를 거치면서 원․명 중심의 일원적 국제 질서 속에서 성리학 이념과 맞물려 고려 및 조선 지식인들이 이를 내면화하고 실리적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조선은 기자 전승을 부각해 명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정치적, 경제적 이점을 취했으며,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자신들이 중국과 동등한 문명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또한 조선의 지식인들은 요임금 시기에 단군이 나라를 세운 것으로부터 동방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인식을 보여 단군과 기자를 조선이 문명국으로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학생들은 조선의 외교 정책 중 하나인 ‘사대’가 일방적 굴종이 아니라 조공 무역이 가지는 경제적 이익과 더불어 조선 내부적으로도 현실적․사상적 배경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외교 방향이었음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할 수 있다.
한편, 고려의 대몽 항쟁을 수업하며 단군 관련 전승이 강화도에서 등장한 배경을 분석하는 활동을 통해 지역사와 연계한 학습도 가능하다. 고조선 관련 유물 분포 범위를 보면 강화도는 고조선의 중심지라기보다는 외곽 지역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고려 후기를 거치며 ‘단군이 마니산 참성단에서 제사를 지냈다’라거나 ‘단군의 아들들이 삼랑성을 축조했다’는 전승이 나타난다. 이런 설화들이 등장한 배경과 의도한 게 무엇일지 몽골과 전쟁 중이라는 당시 시대 상황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려 조정이 몽골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강화도로 천도하고 삼랑성 등의 방어시설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참성단에서 국가적 제사를 지내며 저항 의지를 높였고, 각각에 대해 단군조선의 전통으로 소급하여 대몽 항쟁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음을 추론할 수 있도록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사적 맥락에서 강화를 ‘호국의 고장’이라 인식하게 만드는 데에 영향을 준 요소들이 무엇이 있을지 추론해 보고, 오늘날 ‘호국 성역 강화’라는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사료 학습 측면에서도 고려 후기 역사서인 『삼국유사』와 『제왕운기』에서 강화도의 단군 전승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추측해 보는 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다. 몽골에 저항하던 장소가 강화도였으며, 해당 시설과 전승들이 고려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용도로 활용되었음을 고려하면, 이후 원 중심의 국제 질서에 편입된 시대적 배경이 역사 서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학생들은 역사 서술이 시대적 배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며,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해석의 결과물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시대적 맥락 속에서 해석되고 만들어지는 산물이라는 측면도 가지고 있다. 고조선사도 마찬가지다. 『우리 문헌 속 고조선을 읽다』는 이러한 역사 서술의 형성과 변천 과정을 충실히 담고 있으며, 교육적 활용도 역시 높은 가치가 있다. 이 책이 고조선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을 탐구하며 역사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적 의미를 지닌 해석의 산물임을 이해하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