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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
조정민 지음 / 두란노 / 2015년 2월
평점 :

-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저자의 약력이 흥미롭다. 저자인 조정민 목사님은 25년 동안 언론인으로 열정을 불사르다가, 쉰 살을 넘은 나이에 회심하고 목회 사역을 시작하신 분이다. 책 속에는 밤낮이 바뀔 정도로 치열했던 과거의 기자 생활이 짤막하게 언급되어 있다.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오신 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한 멋진 이력인데, 저자는 그 모든 수고와 노력이 헛된 것이었노라 회상한다. 그의 비유에 따르면 ‘한낮의 잠 같고 들풀 같은 인생’이며 ‘아침이면 사라지는 안개와도 같은 인생’이었다. 그는 한 번도 시간을 건져낸 적이 없음을 상기하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 너머의 영원한 어떤 것을 주목한다. 시간 속에 갇혀 흐르고 마침내 사라지는 삶이 아니라, 시간을 건져내어 질적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비밀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내 야망과는 질이 다른 시간에 대한 이야기, 즉 하늘의 시간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과 깊은 신앙 고백을 접할 수 있다.
- 크로노스 vs 카이로스,
저자는 구원의 본질이란 곧 시간의 구원이라고 말한다. 필멸하는 인간의 시간, 즉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크로노스(Kronos)의 지배에서 해방되는 것이 구원이다. 저자는 사람이 영원한 하나님의 시간으로 옮겨 가는 것과 죄의 삯인 죽음으로부터 건짐 받는 일의 연관성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통찰에 따르면 예수님의 구속 역사는 땅의 시간에서 하늘의 시간으로 옮겨지는 놀라운 사건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 예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실 때 우리는 비로소 카이로스(kairos)의 특별하고도 영원한 시간에 편입된다. 초대를 받고 거기에 응한 사람은 더 이상 내 시간표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하나님의 시간표를 따라서 살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 십자가. 시간의 역설.
초월적인 하나님의 시간이 인간의 유한한 시간 속에서 어떻게 역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은 십자가 사건이다. 예수님은 ‘왜 사느냐’는 우리의 질문에 ‘이 때를 위해 산다“라고 말씀하셨다. 저자는 ”이 때“란 ”호라“, 즉 ”어떤 일을 위한 때“를 말하는 것이며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일정하고 좋은 때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예수님은 당신의 십자가 고난을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세상적인 가치에 비추어 생각했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제자들이 이제 유명해지셨으니 많은 밀알을 뿌리셔야 할 때라고 말했지만 예수님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할 때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이루셨다.
십자가 사건은 영원한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옮겨지는 사건이다. 부활이며 새로운 열매이다. 저자는 십자가가 품고 있는 역설을 주목하며 이것이 하나님의 시간 안에서 완성된 약속이라고 말한다. 이미 이루어진 약속을 믿고 받아드릴 때, 내 죄가 예수님께 전이되어 그 의로운 피가 내 안에 흘러들어 오게 된다. 땅의 시간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하나님의 시간이 흘러 들어오며, 유한한 생명인 프쉬케(psyche) 대신 하나님의 영원한 생명인 조에(zoe)를 얻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십자가를 믿는 것을 고백하면서도 자기 십자가를 지기를 주저하는 것은 내 영광의 때를 구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 모호하고도 불완전한 스케쥴을 따라 썩어 없어질 육신의 영광을 추구하며 살기보다, 하나님의 때와 영광을 간구하며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해본다.
* 조에(zoe) : 영적의 생명, 거듭난 생명. 하나님과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된 생명.
- 지금은 은혜의 때
”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저자는 마지막으로 종말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자세에 대해서 말한다. 종말의 시간을 산다는 것은, 오늘이 종말이든 내일이 종말이든 상관없는 삶이다. 종말론적 삶이 이미 영원에 편입된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는다. 그는 시간을 건져 내어 순간을 영원으로 바꾸며, 소유하며 살아간다.
시간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만든다. 시간 앞에서 자신의 무기력함을 호소하지 않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생명을 부여받아 살아가는 한 여전히 시간에 얽매여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문득 하늘을 바라보듯 영원의 시간이 존재함을 인식하며 살아갈 때에 우리는 좀 더 너그러워지고, 서로 사랑하며,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에 눈을 뜰 수 있다. 저자는 심지어 악한 자라도 긍휼로 품을 수 있는 넉넉함과 담대함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악한 시대를 이길 수 있는 지혜란 결국 위로부터 내려오는 것임을 마음으로부터 깊이 깨달아 하나님이 주시는 참된 평강을 누리고 싶다. 예수 안에서 나의 약한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시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목적과 방향이 흔들리지 않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