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나는 힘 - 상처받지 말고 성장하라
아가와 사와코 지음, 류랑도 엮음, 오화영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이 혼나거나 혼을 내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 가까운 가족 관계에서부터 직장과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누군가는 혼을 내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혼나는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상황에 따라 포지션은 얼마든지 바꿔진다. 가히 혼나는 각오를 하지 않으면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어렵다고 해야 할 정도다. 혼나고 혼내는 일이 그토록 중요하고 필수불가결하다면, 어떻게 해야 ‘잘’ 혼나고 ‘잘’ 혼낼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 혼나는 일, 지혜가 필요하다.
 
책의 저자인 아가와 사와코는 일본의 방송 인터뷰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온 기성 세대로서 혼나는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녀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통찰력을 발휘한다. 주로 혼이 나는 입장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솔직한 감상을 덧붙이며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혼나는 시간이란 코칭의 시간이며 소통의 시간이다. 누군가는 악역을 떠맡고 누군가는 불쌍한 희생자가 되는 불편한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지침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잘 혼나고 잘 혼내기 위한 지혜를 소개하고 있다.


- 혼나는 일,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혼나다’라는 우리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기본 정의가 자못 무시무시하다. 말 그대로 혼(魂)이 나간다는 뜻이다. ‘힘들고 고되어서 정신이 빠질 지경에 이르다‘, ‘넋이 나갈 만큼 놀란 상황이다’, ‘넋이 나갈 만큼 시련을 당하다’ 등등 하나같이 자연재해를 만났을 때와 비견할 만한 공황 상태를 일컫는다. 혼난다는 말의 속뜻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혼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쾌한 감정들-충격과 공포, 수치-을 쉽게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혼나는 일이란 잘못을 지적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을 서로 간에 확인하는 일이 핵심이다. 감정은 부수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인격적으로 흠이 있는 사람이 아닌 바에야,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기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 혼을 내는 사람은 없다. 결국 혼나는 과정을 극복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혼내는 사람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좋지 않은 감정을 앞세워 상대방을 질책하고 상처를 주기 위해 혼내는 시간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

   


- 혼나는 일, 상대의 이유를 경청한다.
 
저자는 베스트셀러인 전작 <듣는 힘>을 통해 수신력이 의사소통의 중요한 방법임을 설파했다. 경청의 중요성에 일본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감하는 마음 이면에 듣는 것보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비중을 두는 인식이 더욱 크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한다. 사회에서 중요하게 인식되는 기능은 말하기, 즉 자기 의사 표현이다. 하지만 제대로 듣지 않으면 쌍방 간의 원활한 소통은 물론이고 진정한 의미의 자기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다. 저자는 이것이 혼내는 상황에서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직의 리더는 일방적으로 팀원에게 큰소리를 치거나 훈계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리더에게 있는 것은 맞지만, 그러한 잘못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당사자의 이유와 사정을 먼저 물어보고 리더의 생각을 말해 주어도 늦지 않다. 질책을 받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지적하는 문제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자신과 조직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잘못된 행동이나 문제를 고치려는 의지를 비쳐야한다. 이처럼 양방간의 소통이 이뤄졌을 때 혼나고 혼내는 시간이 덜 괴로울 뿐 아니라, 무의미한 감정 소모에서 벗어나 훨씬 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 혼나는 일, 성장이 되어야 한다.
 
요즘 세대들은 혼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고들 말한다. 쉽게 의기소침하거나 돌발 행동을 해서 혼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도 있다. 하지만 비교적(?) 요즘 세대인 내가 생각할 때는 제멋대로인 일부를 보고 전체 해석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오히려 다 큰 어른인 것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깍듯하게 처신하는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규직 채용의 가느다란 빛을 붙들고 하루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그들이 냉정한 사회 속에서 배우는 일의 대부분이 바로 혼나고 깨지는 일이다. 어쩌면 가능성이 있기에 상사로부터, 조직의 리더로부터 들들 볶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 위안의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혼나는 일은 그럴 자격을 잃은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의외의 특권이다.
 
혼날 수 있는 자격이란 무엇인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보다 젊고 가능성 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혼을 낼 수 있는 자격도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리더로서의 용기가 필요하고 잘못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가 필요하다. 칭찬만큼 상대방에게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현명한 꾸지람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본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혼을 ‘잘’ 내는 사람은 나이의 적고 많음에 상관없이 사람들로부터 어른 대접을 받는다. 설령 운이 좋지 않아서 그만한 적임자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의 도움을 통해 ‘잘’ 혼날 수 있다면 그 사람 역시 어른임에 틀림없다. 무의미한 상처를 주고받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 부담스러운 악역 놀이, 훈계의 형식만 빌린 화풀이의 지지부진한 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혼나고 혼내는 일이 더 이상 상처가 아니라 성장이 되어야할 때이다.



 

- 오늘도 욕먹는 당신에게
 우리 나라 말 중에
‘혼나다’ 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어휘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욕먹다’이다. 혼나다는 말보다 왠지 더 리얼하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 말의 진정한 힘은 바로 욕을 먹는 상황에서 발휘된다. 다가오는 욕을, 피할 길이 어디에도 없다. 마치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입 벌려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문맥이 뭔가 수상하고 앞뒤가 맞지 않아도 불평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욕을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소화 불량에 걸리지 않게 꼭꼭 씹어 삼키는 것이다.
 
혼나는 일의 민낯은 이런 게 아닐까. 언제나 납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혼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혼나는 상황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무 때나 찾아온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수긍하는 척 열심히 혼나는 편이 낫다.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어떤 계기로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되거나, 역시 분풀이에 불과했다는 결론을 얻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정신의 안위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희망이 남아있다. 재주껏 주어진 욕을 다 먹어치운다면, 다시 말해 욕을 먹을 상황이 더는 벌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조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훗날 과거를 돌아보면서, 훌륭히 소화시킨 욕이 업무 능력 향상의 원동력이 되었노라 고백할 수도 있다.)

 ​욕이 남을 것인가. 내가 남을 것인가. 책 <혼나는 힘>이 당신에게 꼭 필요했던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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