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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 불멸의 인생 멘토 공자, 내 안의 지혜를 깨우다
우간린 지음, 임대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언젠가 미로로 만들어진 거대한 정원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그다지 방향 감각이 뛰어나지 않았던 나는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다른 일행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마 미로에 갇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전체 그림을 알 수 없으니 의지할 것이라곤 자신의 직감 뿐인데 이것은 결코 믿을만한 길잡이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모퉁이를 돌아가면 사방이 막힌 벽이 기다리고 있는 식이다. 그렇게 거듭 실패하고 나면 출구가 있음직한 길을 찾아 더듬 더듬 나아가게 되지만 그마저 막다른 골목일 때가 있다. 딜레마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이런 미로와 같은 복잡한 문제에 부딪힐 때가 있다. 진로의 문제, 인간 관계의 어려움, 현실과 이상 사이에 놓인 간극 등 문제는 실로 다양하다. 문제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방식 또한 각양각색이어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직감을 믿고 또 다른 사람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무턱대고 답을 종용하기도 한다. 다행히 인생의 여러 난관에는 절대적인 답, 하나의 출구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위기가 해결되는 방식도 때로는 극적이다. 어떤 문제는 전혀 생각지 못한 묘수를 이끌어내며 다른 삶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문제를 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통제하기를 바란다. 눈 앞에 놓인 상황에 너무 마음을 쓴 나머지 문제의 제거를 가장 큰 과제로 생각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모든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무미건조한 삶을 원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성공 법칙을 따라 똑같이 자로 잰 듯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세상은 아무래도 무섭다. 하지만 나은 결과를 기대하며 문제를 유연하게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로에 갇혔을 때처럼 인생의 전체 그림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우리를 돕는 것은 미리 앞서 경험한 선진들의 지혜이다. 그들 중 어떤 위대한 이들이 남긴 발자취는 그 자체로 길이며 답이 된다. <문제보다 해법이 많다>의 저자로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저자 우간린이 주목한 사람은 공자이다.
중국의 공자는 지난 이천여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걸음직한 길이 되어왔다. 인생의 멘토로서 자격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성인이라는 휘광 때문에 좀처럼 가까이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공자에 대한 일부 오해와 편견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등한시한 것에서 비롯된다. 이 책의 저자인 우간린은 공자도 때로는 실수를 하며 여느 사람과 다름 없이 절망에 빠지기도 하는 인간임을 포착한다. 사람이 살면서 부딪히는 시련과 고난을 공자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고향인 노나라에서 쫒기 듯 떠나 정처 없이 열국을 주유할 적에는 굶주림과 죽음의 위협과 같은 극한의 고통을 맛보기도 했다. 자기 잇속만 챙기는 위정자들을 보며 실망하는가 하면 아끼는 제자들의 때 이른 죽음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슬픔에 젖었다. 칠십 평생에 겪어야 했던 크고 작은 부침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공자는 어떤 경우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하기 위해 애썼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군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굳건히 지켰기에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물론 닥친 위기를 그저 강 건너 불 보듯 한 것은 아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것의 본질을 파악해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했다. 한 가지 원칙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수를 염두하며 보다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내고자 했다. 공자의 지혜와 임기응변은 실로 놀라워서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울림을 선사해준다. 책을 읽다 보면 그가 단지 지식에만 몰두한 고리타분한 위인이 아님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죽은 지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서 세상에 덕화를 끼치는 지혜이다. 하지만 지혜는 습득이 가능한 것이 아니며 흉내 내거나 모방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때문에 공자는 무엇보다 참된 지식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치를 깨우쳐 머리를 맑게 하고 오랜 시간 사물과 현상을 대하는 눈을 길렀을 때 비로소 내면의 지혜가 반짝 빛을 발한다.
저자가 공자의 언행을 토대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말 하고자 하는 지혜는 다음과 같다. ‘현실을 벗어난 공부는 죽은 공부다.’ ‘동기뿐 아니라 결과까지 좋아야 한다.’ ‘성공을 얻기 위해 인생을 잃지 않는다.’ ‘주관이 없는 지혜는 독이다.’ ‘힘이 없다면 지혜도 없다’ ‘인생이 무상할수록 평정심이 필요하다.’ ‘기준은 높이고 자세는 낮춘다’ ‘옳은 일에는 고통과 모욕이 따른다.’ ‘가장 특별한 것은 평범한 속에 있다.’ ‘물러남이 부끄럽지 않아야 나아갈 수 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배움의 거처다.’ 등의 격언은 원하는 삶을 위한 인생의 지침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저자는 독자들이 보다 재미있고 실감나게 공자와 그의 일화를 접할 수 있도록 스토리 텔링 형식을 취한다. 공자의 여러 제자 중에 스승과의 친밀도가 깊은 자공의 눈을 빌린 일화는 한편 한편을 쉽게 지나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물론 가장 흥미를 돋우는 것은 공자라는 인물이지만 그가 일평생 아끼며 사랑했던 제자들도 저마다의 개성을 숨기지 않는다. 책 속에는 제자들이 푸르른 노송 아래에서 공자의 가르침을 얻거나 행단에 모여 한 솥밥을 먹으며 공부하는 모습이 꾸밈없이 그려진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심회가 복잡하면 홀로 방안에서 거문고 타기를 즐겼던 공자는 오늘날로 치면 음악 애호가이며 아마추어 연주자였다. 일찍이 ‘시에서 일어나고, 예에서 배우며, 음악에서 완성한다.’ 라는 관점을 내세웠던 그이기에 이러한 면모는 신선함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일종의 깨달음을 시사한다.
공자가 일평생 품었던 포부는 예(禮)와 인의(仁義)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중국에서는 여러 크고 작은 나라들이 패권을 놓고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있었다. 천자의 권위는 어디에도 없고 열국의 제후들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보다 일신의 안위에 관심이 있었다. 혼탁한 정치의 희생자는 애먼 백성들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공자가 치국안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공자는 자신의 이상을 펼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고향인 노나라에서는 물론이고 위와 송나라와 같은 타국에서도 한결같은 배척을 당했다. 그렇다면 그는 원하는 삶을 손에 넣지 못한, 소위 인생의 실패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치국의 뜻을 펼치지 못한 것은 분명 그를 낙담하게 만들었지만 그에게는 백성의 교화(敎化)라고 하는 보다 본질적인 목표가 있었다. 공자가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수단으로 꼽은 것이 교화이다. 교화는 미래의 인재인 제자들을 성심으로 가르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공자가 말년에 이르러 더욱 가르침에 몰두한 것은 실패를 자위하기 위함이 아니라 치국의 초석을 마련하고자 함이었다. 이는 그 자체로 치국안민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옛 성현들 중에서도 공자 만큼 인간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 사람은 드물다. 세상을 떠나 은거하는 현인들과 달리 사람들과 한데 어울려 살며 궁구하기를 즐겨했기에 그 지혜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공자가 일생을 바쳐 답을 구하고자 했던 것은 죽음과 사후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살아가는 문제이다. 어떻게 해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것인가.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이다. 강조해야할 부분은 ‘어떻게’이다. 공자는 도덕과 인의를 신념으로 삼아 인생이라는 이름의 긴 바다를 항해하고자 했다. 군자다운 품성을 잃지 않기 위해 틈만 나면 자기 자신을 돌보았다. 기회가 있으면 용감히 나아가고 때가 어지러우면 한걸음 물나 몸을 보전했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상황에서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저자가 암시하는 것 외에도 공자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에서 배울 점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사람마다 울림의 크기는 다를지라도 거기에는 분명 살아있는 지혜가 존재한다. 그것을 삶에 적용하여 놀라운 가능성의 꽃을 피우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몫이다. 눈 앞에 닥친 문제와 위기를 극복하는 일 역시 다르지 않다. 아리아드네의 실이 일단 손에 주어졌다고 하더라도 미로를 헤쳐나가는 사명은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있다. 물론 우리가 철저히 혼자인 것은 아니다. 책이라고 해도 좋고 옛 성현의 말씀, 혹은 지혜라고 일러도 좋은 든든한 길라잡이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사람에게는 설령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눈에 보이는 법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 곁에 공자의 살아있는 지혜가 나란히 걸음하길 기대해본다.
"지식은 죽은 것이지만, 지혜는 살아 있습니다. 지혜는 지식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p.91
...자리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수 없는 까닭을 근심하고,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자신을 알 수 있게 힘써야 한다. 군자란 자신의 능력이 없음을 걱정해야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늕다고 걱정해서는 안 된다. p.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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