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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평점 :
스페인의 작가 안토니오가리도는 독일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 처녀작을 띄운 후, 서양에서 바라본 미지의 동양 그 중에서도 중국의 역사 속 인물을 잡아 역사추리 소설을 남겼다.
그 소설이 프랑스에서 출간되는 최고의 외국역사소설에게 주어지는 그리프 누아르상과 랑스렉퇴르 셀렉시옹상을 수상한 ‘시체를 읽는 남자’이다.
지적인 주인공 자와 그의 건장한 형 루 그리고 인자한 아버지와 그들에게 미래를 주었던 집행관 펭판관을 시작으로 시간이 흘러 그들의 캐릭터가 바뀌고 불행한 사건에 휘말리면 그 가족의 역사는 폭풍 속으로 떠밀려가게 된다.
평탄할 것만 같았던 가족이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의 결정과 형의 누명 그리고 갑작스런 부모님의 죽음으로 미래의 수사관을 꿈꾸던 자는 누이동생을 안고 밀항으로 두 챕터가 훅 지나간다.
이 책 ‘시체를 읽는 남자’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고대 송나라의 과학적 수사방법을 집대성하여 ‘세원집록’을 남긴 명판관 송자의 인생을 재구성한 픽션으로 상당히 급박한 이야기 전개와 주인공의 지혜와 기교 그리고 삶을 타고 배워가는 그의 학식이 자연스럽게 흐르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책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동양인이 썼다면 그 시대의 다양한 제도와 다양한 도구의 생김새, 당시의 주변의 모습과 시대상 등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정교하고 세밀하게 설명하지만 복잡하고 지루함을 더하는 구성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시체를 읽는 남자’는 그 주변 보다는 이야기에 촞점을 맞추다 보니 좀 더 쉽고 집중할 수 있게 빠져드는 묘미가 있어 567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법의학을 기초로 다양한 지루함을 던질 수 있는 주제의 무게를 떨쳐버리고 중국 남송시대의 학자 송자의 생애에 집중하여 주인공과 그 직업 그리고 그의 기교에 공감할 수 있게 초점을 잡은 것을 이 책의 주요한 성공이자 작가의 기교이고 번역자의 탁월한 선택으로 칭찬해 주고 싶다.
책 자체 두꺼움의 무게도 주제의 무거움도 쉽게 허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