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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작가 도리스 레싱은 “전후 기성세대의 위선적이고 진보적인 것을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려는 경향과 전쟁의 피폐와 절망에 대한 젊은이들의 저항과 반발을 작품화”한 ‘앵그리 영 맨’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 ‘황금노트북’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란계 영국작가이다.
그녀의 마지막작품으로 기록되는 ‘그랜드마더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앤 폰테인이 영화화한 ‘투마더스’의 원작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서로의 미모를 시샘하며 사춘기를 보낸 릴과 로즈는 결혼을 해서도 해변가의 한적한 마을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바라볼 수 있는 거리에서 살아간다.
릴은 수영 챔피언으로 유럽과 해외에서 이름을 날렸고, 로즈는 연기와 노래를 넘어 공연과 행사 기획을 한다. 그녀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 각각 하나의 아들이 있다는 것이다. 형제라고 해도 믿겠다 싶은 두 아이는 톰과 이안이다.
섬세하고 예민하며 까다로운 이안은 원기 왕성한 릴의 아들이고 의젓한 톰은 로즈는 아들이다.
이러한 구성으로 시작되는 짧은 드라마인 ‘그랜드마더스’는 두 여성의 남편 부재와 두 아이의 사춘기가 맞물려가며 엇갈리고 도덕과 관습을 초월한 사랑으로 빠져든다.
사람과 사람만 있으면 시작되는 무조건적 원시적 사랑이 도시국가의 제도와 도덕의 형성으로 짜여진 계급과 욕망 틀 속에서 변질된 후 우리의 가치관으로 느껴지는 이 욕망은 과히 충격적이며 여성의 필치로 쓰여 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곧 나의 관습과 이념의 편견이라는 두 가족 주변의 시선을 통해서 깨우치게 한다.
가장 가깝고 따듯한 이에게 눈길을 쏟고 그에게 맘을 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림 같은 두 집에서 아름다운 사랑으로 쌓아가는 두 가족이 마지막 선을 넘지 않는 것은 사뭇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이 또한 관념으로 만들어진 나만의 마지노선일 수 있겠지만, 그 주인공들은 더 현실적인 선택으로 서로의 길을 간다.
많은 사람들이 편견 속에 파뭇혀 자신의 시야로 세상과 현상을 파악하지만 어떠한 충격과 비판에 맞닥트리기 전 까지는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 책 ‘그랜드마더스’는 반짝이는 두 가족의 사랑을 통해서 우리의 금기와 도덕적인 관념이 옳은 것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해준다.
노년의 작가에게 살아있던 그 치우치지 않은 맑은 시야가 나의 노년에 쌓아지길 바라며 조금은 지루하지만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