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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의 숨.쉼, - 순천만에서 12명의 작가들이 펼치는 삶과 힐링의 모놀로그
곽재구 외 지음, 주명덕 외 사진 / 시공미디어 / 2013년 4월
평점 :
순천만이 예술가들에게 주었던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생명의 근원이자 보고로 알려진 습지, 그곳에서 살아가는 자연과 생명체들이 전했음직한 아니 바라봄으로 느껴졌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예술가들의 표현을 통해서 책에 담아졌다.
사진을 좋아하면 알만한 작가 7명과 소설과 수필에서 한국문학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작가 5명이 순천만을 사진과 붓을 통해 그려냈다.
“문득 만난 와온 바닷가 마을의 노을이 한없이 따스하고 신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새로운 삶에 대한 꿈과 에너지를 얻는다.”라고 순천만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바라보며 작가 곽재구는 말한다. 하지만 그의 글에는 오랜 세월 순천만과 함께한 할머니의 이야기, 고니의 날개 짓, 밤 가로등에 은은히 채색되어가는 도로풍경들이 함께한다.
“갈대꽃의 부드러운 촉감을 몸에 걸친 채 무심히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곳, 순천만”이라고 말했던 구본창은 이곳의 가을을 여기저기에 오려다 놓았다.
정이현은 “그때는 몰랐다. 떠날 때도 돌아올 때도 모두 정해진 시간이 있다는 사실을.”이라는 문구를 책에 박아 놓으며 시간과 함께 흘러온 그의 삶을 순천만에 싣고 있다.
밤과 낮, 계절과 계절, 바다와 벌, 새와 배, 갈대와 꽃, 사람과 사람을 쫓아 흐르는 듯이 찍어낸 사진들과 그들의 감성과 느낌 선 그리고 이야기는 책을 풍족하게 만든다.
“간절함에 날게 한다. 간절함이 버티게 한다. 그리고 간절함이 꿈을 만든다.”라고 흑두루미의 날개 짓을 표현했던 이혁준, 순천만을 수묵정원으로 부르며 사진과 시로 가득 채웠던 장석남, 밀물과 설물 그리고 미물과 사람 등에 대한 소소한 감정을 짧은 글귀로 촘촘히 박아 놓았던 박덕수.
모두 같은 사물의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공감이 간다. 모두 다른 시각으로 찍어 내린 같은 자연은 각각이 빛을 발휘하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현대의 문명으로 찍어낸 시간의 순간순간은 하나의 자연이 되어 나를 평화롭게 한다. 그 순간은 떠남을 강조하는 철새의 날개 짓을 가두어 놓았지만 그들이 이미 거기에 없음을 안다.
아직 가보지 못한 한반도의 끝 어디쯤에 존재하는 순천만 자연을 함께 숨쉬고 싶은 마음을 이 책에서 얻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