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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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언급했던 보스턴 해럴드의 말처럼, 어두운 시대 흑인이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했던 인종차별이 마지막 발악을 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퍼 리의 처녀작이자 거의 유일한 소설로 남아있는 앵무새 죽이기를 다시 펼쳤다.

 

이미 그레고리팩의 열연으로 가슴에 묻혀있었던 그리고 오래전 책으로 스치듯 지나쳤던 아쉬움을 다시 만나는 설레임으로 지난 향기의 여운을 펼쳤다.

강간과 인종 차별의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스카웃이라는 소녀의 시각으로 사건과 시대를 바라보면서 시대는 여과되고 순수함과 따듯함이 전반적으로 드리워진다.

이야기는 흑인이라는 시대적 약자가 강간범으로 몰려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질 때 지역에서 존경받고 실제로 정의감을 사명으로 갖고 있는 에티커스 핀치가 손을 내밀면서 고조되는 이야기다. 백인과 흑인으로 나누어진 시기에 백인으로 태어나 흑인의 편에서 아니 정의의 편에서 약자를 대변하는 이 소설은 인종차별를 이야기하는 작품 중에 가장 오래 기억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1930년대 두려움 그 자체 말고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루즈벨트의 말은 대공황의 암흑 속에서 서로의 생계를 위해 더욱 대치해야하는 흑백의 갈등을 더욱 절실히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간적 배경은 앵무새 죽이기를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로 몰입시켜 더욱 흥미를 끌게 해준다.

사실 이 이야기는 흑백의 갈등을 묘사한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그 의미가 너무 크다.

끝나지 않은 흑백갈등, 커다란 불씨로 세상을 불안케 하는 인종문제,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침체와 갈등은 진실과 정의를 가린 채 약육강식과 끝없는 경쟁 속에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오늘날까지 끝없이 읽히고 주목받는 하이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가 가르키는 지향점이 어쩌면 그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읽어서 좋았고, 더욱 오랜 여운을 간직할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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