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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표윤명 지음 / 새문사 / 2014년 10월
평점 :
로맹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보면 걸작만을 좋아하는 거부의 단편이 나온다. 친구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장품을 위작이라 밝히며 사지로 몰았던 친구에게서 먼 훗날 사진 한통이 전해 온다. 모든 위대한 작품만을 진품으로 애지중지하며 승승장구한 그에게 가장 큰 애장품이자 최고의 사랑을 받쳤던 아름다운 꽃, 젊은 부인의 과거사진. 사실 그 부인의 모습이 진정한 위작이었음을...
“내가 믿는 것은 오직 세상이 모두 복제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가짜라는 것, 그것뿐이야.”를 전면에 내세운 표윤명 작가의 소설 ‘위작’은 인간의 탐욕이 불러내 세상에 띄운 마스터피스가 인간세상의 위선과 허영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맑은 눈을 가진 연습생 지환이 바라보는 고서와 고화의 세계가 그 분야를 구성하는 교수, 공무원, 부유층 그리고 도매상에 의해서 어떻게 평가되고 허명이 뒤집어 씌이는지를 소상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 필체로 명성을 떨친 추사 김정희와 흥선대원군, 그리고 당대 최고의 문인화가 우봉 조희룡과 장승업의 이야기를 버물여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시대의 욕망을 위작위에 펼쳐놓았다.
나는 모방을 나쁘다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기초위에서 세워진 인류의 진화와 발전은 끝없는 모방과 실패의 누더기 위에서 새로움으로 변신되었다. 하지만 거에 씌어진 인간의 욕망과 허상이 얼마나 허무하고 부질없을 ‘위작’은 잘 보여주고 있다. 걸작들이 작품의 가치에서가 아니라 정신에서 평가받고 모두의 유산으로써 공유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