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장 이야기
송영애 지음 / 채륜서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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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음식문화가 지난 반세기동안 수많은 변화를 거치며 서구화 되었듯이, 식기도구 또한 편리성을 쫓는 서구화의 물결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듭하였다. 여기서 나는 과거 선조들의 지혜와 자연친화적인 삶 속에서 수천년을 쌓아온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식기문화에 대해서 식기장 이야기를 통해서 안내를 받고자 한다.

 

식기장은 식기를 비롯한 갖가지 식도구를 보관하는 장이다.” , 우리가 매일 삼시세끼 마다 마주하는 식도구와 그와 어울리는 식생활의 이야기 30여 가지가 정겨운 기록으로 이 책에 수록되어있다.

출발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는 가마니이다. 농번기가 끝나는 겨울, 삼삼오오 골방에 앉아 새끼줄을 꼬는 모습이 연상되는 쌀가마니는 가마니틀로 삼베를 짜듯이 씨줄과 날줄을 잘 엮어 두 명이 붙어서 짜아 낸다. 현재의 보통 20kg의 종이포대에 담겨진 쌀과는 달리 예전 쌀가마니는 80kg으로 열장의 촘촘한 나락이 한 죽을 이루어야 버티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바가지는 박에 접미사를 붙여 만든 단어로 투박하고 볼품이 없지만 참 쓰임새가 다양하다. 뒤옹박은 찬밥이나 각종 곡식의 씨앗, 달걀 등을 담아 두는 보관용 그릇으로, 이남박은 쌀, 보리, 밀 따위를 씻을 때 주로 쓰이고, 함지박은 떡이나 음식을 담아 운반할 수 있는 귀가 있어 편리하다.

조상을 기리고 음덕을 기원하는 제기는 제사의식에 쓰이는 그릇으로 집안 제사를 책임지고 이어가는 장손에게만 물려주는 유산이었다. 이 제기는 정성이 많이 들어가 가을이나 겨울에 물푸레나무와 오리나무를 귀도리 작업이라 불리는 둥근 모양으로 깎아내서 6개월 이상 완전 건조시킨 후 여러 차례 옻을 칠하고, 말리고, 사포질을 반복하여 마지막 단계인 물걸레로 말끔히 먼지를 제거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칠을 한 다음 건조시키는 상칠을 하면 쇠처럼 단단하고 위엄 있는 제기가 된다고 한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집안에 한두어개씩은 남아있는 옹기, 순우리말로는 독이다.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거나 약을 달일 때 쓰이는 약탕관, 된장찌개를 끓여내는 뚝배기와 떡을 쪄내는 떡시루 그리고 콩나물을 기르는 콩나물시루와 식수를 저장하는 물독까지 그 쓰임은 정말 끝이 없을 정도로 조상의 삶과 밀접하고 다양하게 상용되어 왔다. 그래서 그 맥이 아직 우리 후손에게도 남아있는 듯싶다.

그러나 많이 들었지만 조금 낯설은 색감의 그릇이 칠기이다. 내구성이 좋은 옻나무에서 얻는 수액으로 두껍거나 얇게 칠하며 색을 조절하여 광택을 피어오르게 하는 칠, 칠은 안료를 혼합해서 주칠과 흑칠의 빛깔을 내어 궁중의 궤, , 원반 등의 제작에 사용하거나 나전칠기, 은그릇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우리가 매일 밥을 퍼 나르는 올곧은 직선과 유연한 곡선이 조화로운 수저는 전 세계의 30%로 가용하며, 찰기가 부족한 보리, , , 피 같은 잡곡을 주식으로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빨리 먹는 문화권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어졌다. 물론 수저와 젓가락 또한 동양의 각국의 식습관마다 모양과 크기를 달리하니 문화에 맞는 유용한 변화가 아닐까?

이젠 전설이 되어버린 맷돌은 위짝과 밑짝으로 구성되어 맷손을 잡고 돌리면 곡물이 갈아진다. 맷돌의 원료는 주로 화강암으로 현무암으로 만든 맷돌이 촤상품이며 이를 고석매라고 칭한다. 맷돌로 갈아 녹은 순두부나 녹두전이 언제인지 깜깜하지만 그 기억이 정답게 느껴지는 것은 정성이 녹아 흐르기 때문일 듯싶다.

식습관이 바뀌며 변해버린 우리의 식기들 속에서 정말 우리가 지켜야하고 이어나가야할 전통의 맛을 다시금 챙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생소하며 잊혀졌던 기억들이 기억으로 새록새록 피어나는 정다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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