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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찾아서 - 뇌과학의 살아있는 역사 에릭 캔델 자서전
에릭 R.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기억과 무의식 세계에서 에릭 캔델 만큼 자주 거론되는 이름은 드물다. 그만큼 노학자의 뇌의 신경세포에 관한 기억과 무의식 연구는 태산과 같은 업적으로 신경과학의 분야의 기틀과 체계를 세워놓았다. 여기 에릭 캔델의 ‘기억을 찾아서’는 시대를 함께하며 체험한 정신 연구에 대한 과거 50년의 기록이자 과학자로서의 그 자신의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삶은 독일어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 중심지 빈에서 시작된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를 비롯해서 비트겐슈타인과 칼 포머 등 현대 철학의 창시자들이 모두 그곳에서 활동하였다. 하지만 그가 보낸 시대는 히틀러의 광기가 전세계를 피폐하게 만들던 시기와도 일치한다. 그래서 미국으로 이주하였고 그곳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에릭 캔델은 또다시 매카시의 광풍과 조우하게 되고 그 광기는 그에게 기회로 다가오게 된다. 생물학적인 폭넓은 시각과 전기공학에 대한 탄탄한 기본 지식을 겸비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그런드페스트가 공산주의 낙인으로 좌천되면서 그에게 시간의 여유가 생기였고 그 틈을 에릭 탠델이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경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이해하는 일에 중요함을 강조한 그런드페스트의 생각은 캔델의 기억을 연구에 근본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신경 회로들의 고정된 시냅스 연결을 형성하여 우리가 지각하는 세계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지각과 학습에 의해 그 세기가 달라지는 시냅스 연결들을 가지고 있는 기억의 신경 회로로 나눈 프로이트의 전제는 캔델의 다양한 연구들로 인해 도전을 받는다. 학습에 관계된 시냅스 세기는 정보처리 능력을 재설정할 만큼 클 수도 있고, 두 뉴런 사이의 특정 시냅스 연결들이 다양한 형태의 학습에 의해 강화되거나 약화될 수도 있으며, 단기기억의 지속은 시냅스가 약화되거나 강화되는 시간의 길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즉, 스냅스는 경험에 의해 다양하게 바꾸어진다.
해리 그런드페스트가 “뇌를 한 번에 세포 하나씩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지 20년 후 기억의 세포학적 토대를 탐구하기 시작하였고, 군소를 기억 저장의 분자적 토대를 탐구하기 위한 대상으로 삼으면서 분자와 단기기억에 몰입하게 된다. 캔델과 그의 친구들은 군소를 뉴런과 시냅스로 환원하여 학습이 감각뉴런과 운동뉴런 사이의 기존 연결의 세기를 일시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단기기억을 산출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장기기억 형성이 새 단백질들의 합성에 의존한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그를 통해서 기억 형성에 대한 분석을 더 심화하여 뉴런 속 분자들의 미로에 뛰어들어 기억 연구에 분자생물학을 적용하게 된다.
‘기억을 찾아서’를 읽어가며 진실한 과학자의 생생한 삶을 읽을 수 있었고, 작가의 과학에 대한 열정과 과학과 관련된 폭넓은 학구열에 감동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과학계의 평등한 사회적 구조에서 선후배 관계없이 동지애로 서로를 북돋우는 모습은 정말 부럽고 한국에서도 문화로 정착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최선의 과학 공동체는 놀라운 동지애와 공동의 목표 의식을 가진다.’라는 그의 생각은 그의 놀라운 연구결과와 명성을 통해서 증명된 작가의 사명이자 시대의 소명이 아닐까 싶다. 기억을 찾아가는 그의 행로가 나에게는 어려웠지만 달콤한 희열을 주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