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독
박완서 지음, 민병일 사진 / 열림원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모독은 사진과 글을 담고 있는 노작가의 여행기이다. 여행지는 티베트, 한의 역사와 자연의 냉혹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는 곳이다.

고산병과 극단적으로 엄혹한 자연환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자연이 살아있는 곳이지만, 노작가는 설레임보다 두려움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노작가에 따르면 명찰일수록 산의 정기가 응집된 산의 숨구명 같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모든 곳이 절경이자 명지인 티베트에는 거의 모든 곳이 사찰인 듯 자연을 빼면 사찰의 사진이 보일 정도이다. 그 중심은 역시 라싸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장려한 포탈라 궁이 있지 않을까!

어떻게 저런 궁전을 지을 엄두를 냈을까.” 가혹한 기후 조건하에서 최선의 생존 방식이었을 티베트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이 호화로운 궁전은 누구에게나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가장 검소한 민족이 가장 화려한 궁전을 가졌다는 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노작가의 감탄을 느끼듯 수많은 궁전의 사진들은 그곳에 머무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 너무도 화려하고 웅장해 보인다.

티베트 불교는 신심뿐 아니라 공예미술의 정수를 총집결해 놓은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유산이 있다. 그 유산에는 천 몇백 년 전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마노, 비추, 청옥, 홍옥 등으로 정교하고도 장중하게 장식된 본존불인 석가모니불과 더럽게 그을리고 손이 닿은 곳은 두껍고 반들반들하게 때가 끼어 있는 비단과 면들이 시대를 공존하고 찬란함을 대비하는 예술로 고스란히 보존되어있다.

 

하지만 그들의 여행은 라싸에 머물지만 그곳에 상주하지 않고 더 자연과 가깝고 사람들이 숨 쉬는 공간으로 향하면서 더욱 찬란해 진다.

장채로 가는 길은 광막한 들과 아무것도 자라지 않은 갈색 산이 파도처럼 이어진다. 한마디로 살아 움직이는 것은 오직 바람과 구름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삶은 이어지기에 야크뿐 아니라 양 떼와 양치기도 종종 그들을 스친다. 그리고 작가가 주목한 것은 자연뿐만이 아니라 동시대를 공존하는 사람의 모습과 얼굴을 많이 비춰준다.

 

달라이 라마 14세가 중국의 티베트 지배권을 인정하지 않고 인도의 다람살라에 망명하여 정부를 세운 것과는 달리 판첸 라마7세는 중국 요직을 안배받고, 그의 본찰인 시가채의 대사찰 타쉬롱포 사원의 주인 노릇으로 일생을 마쳤다.

그 시가채의 장려한 사원과 수많은 불상을 보는 일은 작가의 눈에는 사치였을지 모르지만, 따듯한 노작가의 눈에는 극한 불상과 대비되는 극빈층의 모습이 더욱 눈에 새겨진 것 같다.

 

라채으로 떠나기 전 그들의 남은 음식은 굶주린 지역민들의 끼니가 되었고, 화석 연료의 마지막 쓰레기인 비닐과 스티로폼, 페트병 따위가 자취로 남았다.

그리고 노작가는 미안함에 그것을 모독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관광행위 자체가 이 순결한 완전 순환의 땅에 모독이었으니.”

자연이 보존되어있지만 극빈과 비극의 역사로 아픔도 지니고 있는 티베트의 여정은

많은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보다 더 많은 느낌을 남긴 여행기가 아닌가 싶다. 녹슬지 않은 작가의 자치를 따라 걸어보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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