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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ㅣ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그의 인생의 배경 대부분이 바다였던 작가 한창훈이 제목만 들어서는 무엇인지 모를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를 기록했다.
인도양을 항해중 가도 가도 푸른 바다뿐이었단다.
“내 이 별이 뭔고 했더니 허공에 떠 있는 푸른 물방울이었구만 그래.” 친구의 이 말에 작가는 시인을 어디에다 써먹나 싶었는데 이런 경우였다고 회상한다. 이렇듯 바다위에서 때로는 바다를 보면서 쓰여진 이 책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는 바다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다.
1959년, 추석을 즘한 바다의 이야기는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거문도 사람들은 명절을 준비하러 팔경호를 물위로 올려보냈다. 거문도 최북단인 녹산등대를 지나자마자 산 같은 너울이 밀려들었다. 배는 요동을 치고 허공으로 솟구치며 파도는 갑판을 때렸다. 하지만 육지에 도착한 배는 무사히 짐을 실었다. 하지만 갈길이 문제이다. 차례를 지내야 한다. 하지만 태풍은 이미 바다를 가르고 있었고 선원들은 마음을 정한다.
이 당시 회상은 이렇다.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들이 고향섬으로 돌아오기 위해 출발했다는 것을, 죽을 작정을 했다는 것을, 우리는 최소한 고향을 향해 가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기억해달라는 것을.” 하지만 그들은 돌아왔고 이 이야기는 아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고 한다.
배는 바다의 유목민이라는 작가는 ‘모든 경계를 무시하고 이동하라, 그러면 존재할 것이니, 흔적을 붙들고 사는 농경민과 달리, 유목민은 제 흔적에서 빨리 멀어진다. 배의 자리는 늘 멀고 먼 낯선 항구에 준비되어 있다. 그가 서해 바다 멀리 떠나며 남긴 말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사진들이 바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때로는 사람의 모습으로, 때로는 바다의 풍랑으로 그러나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사람만이 오갈 뿐.
참치의 이야기도 쥐치의 이야기도 그리고 고래의 이야기도 바다위에서 일어나는 삶의 숨결로 느껴진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배가 한 척 생긴다면 당신은 어떤 항해를 하겠는가.”
이젠 우리가 그 답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인생을 떠도는 인간의 삶 속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