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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스파이가 되다 ㅣ 탐 철학 소설 11
윤지산 지음 / 탐 / 2014년 6월
평점 :
제자백가가 들끓던 혼돈의 시기, 천하를 통일하고자 하는 다양한 사상이 물결처럼 일고 있던 그때, 정치나 학계를 주도하던 법가사상이 통일을 염원하며 한 깃발 아래 사상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법가는 자신이 몸담은 국가를 강하게 만들기 위하여 법을 강력하게 집행하고, 왕 중심의 독재 체제를 만들려고 하는 무시무시한 칼날이었다. 이러한 사상을 정리한 이는 한비자였고, 현실 정치로 구현했던 이는 이사였다.
이 책 ‘한비자, 스파이가 되다.’는 순자 아래서 동문수학하던 한비자와 이사가 세월의 혼돈 속에서 저마다의 사상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이 둘의 관계와 발전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즉, 전 시대를 딛고 새로운 시대를 연 사상 법가가 무엇이고, 그것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소설 형식으로 유여한 문체를 통해서 구사하고 있다.
주나라 무왕에게 망한 상나라 백성들이 날품을 팔거나 땔감을 팔아 겨우 연명했다는 것에서 낮춰 부르는 상인이라는 호칭을 대상인 여불위는 못마땅했다. 부를 이용해 대세를 꿈꾸던 여불위의 저택에는 벼슬을 구하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그 대청에 자리를 잡은 이사 또한 그들 중 하나가 되었다.
후에 이사는 진나라에, 한비자는 한나라의 관으로 서로의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마지막의 한비자의 기세는 참으로 당당하다. 초라한 행색으로 몇몇의 수행원을 대리고 진을 찾은 한비자, 중원을 호령하는 맹장들이 즐비하며, 바위처럼 단단한 병사들의 눈이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태산을 이루고 있던 적진의 한가운데에서 왕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거침이 없다. “신하는 어리석고 장군은 아둔한 것 같습니다.” 말이 지나치다는 왕의 말에 “신은 모르면서 말하는 것은 지헤가 아니며,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은 불충이라 들었습니다.”라고 대꾸한다.
왕은 그를 거두려하였지만 이사의 반대로 한비는 아쉬운 생을 마감한다.
작가는 말한다. 한비자가 기획한 것을 실제 정치에 적용한 것은 동문인 이사였다고, 그리고 진시황을 보좌하면서 천하를 통일하고 강력한 제국으로 서민의 고통을 덜어 주었다고, 하지만 잠시 뿐인 것을.
우리가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법가의 사상이 오늘날에 명암으로 미치는 영향도 있겠지만, 아직도 그 지점에 머물고 있지는 않지에 대한 의문에서 일지도 모르겠다. 더 국민을 이롭게 하는 정치, 더 국민을 보듬는 정치가 오늘날 더욱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