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도시 가이드
제프 마노 지음, 김주양 옮김 / 열림원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도시는 사람들의 삶과 터전이 어우러진 곳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도시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하나의 거점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그 욕망의 기록들을 도시의 역사와 함께 빚어 낸 작품이 제프 마노의 도둑의 도시 가이드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공간은 인간의 출입을 허용하고 그의 안락을 추구하지만 허락받지 않는 타인의 침입 또한 풀어놓았다. 책은 도둑의 시각에서 발전을 거듭하는 견고한 도시의 허점을 찾아가며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신시내티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건축을 공부하고, 사회적 계급 상승에 대한 욕망을 공공연히 표출하며 수많은 상류층과의 교류를 통해 도시의 지도를 만들어 갔던 1870년대의 뉴욕의 레슬리, 과거의 어두움을 벗고 현재 보안업체에서 일하는 잭 다스윈, 신원을 옷 갈아입듯 수시로 골라 쓰던 예일에서 건축을 그리고 동부와 서부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며 건축을 너무 잘알았던 조지 레오니다스 레슬리 아니 웨스턴 조지, 광활한 도시만큼이나 넓고 견조한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은행털이 사건 등 우리는 작가가 바라보는 도시전체를 관망하는 시선과 그 밖의 전문가들의 시점을 통해서 그들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도시의 동선과 허점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 이 책 도둑의 도시 가이드는 도둑의 시점과 그를 따라가는 특수요원의 시선을 함께 보여주면서 우리가 바라보는 책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입체감을 더해준다.

더불어 책은 곳곳에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실패한 도둑을 응원하고, 공간의 안티히어로들을 조명하기 위해서이다.”와 같은 위트있는 양념으로 들어가 있어 재미를 더해간다.

이젠 24시간 도시 모든 곳에 눈을 달아 이곳저곳을 감시한다는 영국의 블랙아이처럼 부가 몰려있는 대부분의 문명국가에는 최첨단기술로 무장한 감시카메라가 도시전체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들해진 건축을 지나 IT의 전문기술을 가진 그리고 도시의 허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그들에게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은 짓궂은 생각에 잠시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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