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위기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반도 핵위기까지, 얄타체제의 해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백승욱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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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책이 나왔고,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핵 고도화와 특히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 위협 본격화,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가능성이 `연결된 위기’라는 백 교수님의 분석이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 결코 여기에 머무르는 책이 아니다. 사회주의란 무엇이었나, 냉전이란 무엇이었나, 1,2차 대전과 얄타구상(얄타체제)과 우리가 살아온 기반이 된 국제질서, 신자유주의의 문제 등에 대해 정말 넓고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

1)지난 100년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서, 한국과 세계가 서 있는 지점을 다시 본다. 19세기 자유주의의 위기에서 촉발된 1차대전과 2차대전,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얄타체제‘(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굴절되면서 나아가지만, `얄타 구상’은 사회주의권까지 포용하려한 `단일 세계‘ 체제, 탈식민의 질서를 만들려 했다)가 형성되었고, 우리는 그 질서 속에서 살아왔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 사회주의적 대안의 축이 소멸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다극체제가 오면 `미국 패권으로부터 해방’이 오는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태도이다. 지금의 질서가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핵을 가진 강대국들 외에는 어느 국가도 안전할 수 없는 대혼란과 극도의 위험한 세계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3)위기의 배경은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의 소멸, 국가의 대응 능력 소멸, 그 불안을 포퓰리즘과 권위주의로 해결하려는 권력의 등장이다. 이것이 러시아가 주장하는 `나토 동진‘의 본질이고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이어졌다.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는 초국적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쟁력 강한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통합이고, 어느 나라도 여기서 이탈할 수 없기 때문에, 일국 단위에서 문제를 풀 수 없는 정치적 위기가 심각해졌다. 이런 현실을 해결할 수 없는 기존 정당체제는 무너지고 포퓰리즘이 오거나, 체제 붕괴의 위기를 극도의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권력이 등장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의 명분으로 삼았고, 한국에서도 상당히 많은 이들이 동조하고 있는 `NATO 동진’론도 이런 관점에서 다시 분석해야 한다. 푸틴은 2003년 무렵까지도 러시아의 나토 가입을 추진할 정도로 나토의 확장에 극도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2004년부터 2014년을 거치면서 `나토 동진’을 비난하기 시작했는데, 이 무렵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길이 아닌 서방식 길을 선택하려 한 것과 관련이 있다. 푸틴은 이것을 유럽에서 친서방 초국적 통치체제를 수립하려는 정권교체의 위협으로 판단했다. 아래에서 민중의 저항이 일어날 때 서방의 `공작’이 결합하면 정권은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푸틴의 `나토 동진’ 주장은 나토의 군사적 확장에 대한 위기감이 아닌, 체제 변화, 정권 붕괴의 위기감이다.
3)북핵 문제는 왜 이토록 위태로워졌는가,
북한은 러시아 중국처럼 세계경제에 통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군사적 대응에 더 집중하고 있다. 핵 개발을 무기 삼아 미국과 통큰 협상으로 정상국가로 전환하려던 구상은 2019년 `하노이 노딜‘로 실패로 돌아갔고, 북한은 내부적으로 백두혈통 통치체제 강화, 외부적으로 핵 전력 강화의 길로 질주하게 되었다.
2008년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북한은 `제3국’인 중국을 활용해 중국이 한편에서는 북한 핵개발을 제어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 안보의 후계자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활용했다. 하노이노딜 이후 북한의 핵 전략은 핵 사용의 문턱을 낮추고 영구적 도발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적대적 세력의 재래식 대량공격이나 `참수작전’ 수행을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비대칭 확전형‘ 전략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 중국의 변화다,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통치의 중심에 두게 되고 대만 문제가 핵심 과제가 되면서, 북한 핵 위기가 중국 대만 무력점령 위협과 연결되어 작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 한반도에서 전례 없는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은 북한의 핵 전략을 다시 `촉매형‘으로 되돌리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고 설득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쟁점이다.
4)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결국 중국의 사회주의란 무엇이었고, 왜 시진핑 시기 들어서 중국이 위기의 진원지로 등장하게 되었냐는 질문이다. 시진핑 시대와 중국의 현재를,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다시 탐색하면서, 그 과정에서 중국 혁명과 국제질서가 어떻게 연동했고, 당과 인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기둥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혁명은 `소련과 미국 사이의 공간을 파고들면서 국제정세를 기민하게 읽고 불가능해 보이던 혁명의 출구를 찾아낸 `중간지대 혁명’이었으며, 반미 혁명이 아니었다. 얄타체제는 세계를 두 개의 진영 대립으로 나누지 않고, 서로 다른 시스템이 공존할 수 있는 단일세계 체제 구상이었고, 1941~1950년 한국전쟁으로 되돌릴 수 없게 되기까지 소련의 스탈린과 마오쩌둥도 여기서 일탈하려 하지 않았다.
항미원조(한국전쟁)은 중국이 미국과의 `동행’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했고, 중국 사회주의가 내부적 억압을 강화하는 길로 급속하게 기울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당-국가의 특권세력화에 반대하는 이들을 1957년에 `우파’로 몰아 대대적으로 숙청했다. 이때 제기된 `인민이 주인이라는 사회주의 민주’의 과제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억압되었는데 문화대혁명 시기 `조반파’가 이 질문을 던졌지만 당과 군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압되었다. 이 모순은 1989년 천안문에서 다시 `민-주’의 문제로 돌아왔다. 결국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주체/주인공이 누구인지라는 질문이 계속되어왔다. 시진핑 체제는 강력한 권위주의로 이 누적된 문제를 봉합하는 `환상’을 제공하고 있지만, 결코 난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다. 이렇게 모순을 봉합하는 구호이자 통치 정당성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중국 예외주의와 특수를 주장하는 이 구호는 서구를 대체할 새로운 보편성을 제시하는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오히려 환상적 또는 허구적 해결이 문제를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대내외적으로 불안정과 위협의 요인을 증폭시킬 수 있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책이 북한이 전술핵으로 한국을 공격하고, 중국이 곧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부추기려는 책이 아니다. 미국이 얄타체제의 견결한 옹호자이고 자유세계의 보루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 원인을 역사적으로 분석하면서, 우리는 위기의 경계에 서 있지만,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으며, 찾아보자는 책이다.
그 과제는 결국 한국의 눈으로 세계질서의 변화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정교하게 대응책들을 만들어 실행해나가는 데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현대사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질서가 크게 요동친 시기, 19세기말 ~20세기 초 일본 식민지로 전락한 때, 또 한번은 2차 대전 종료 후 해방된 한국이 남북으로 분단되어 결국 전쟁으로 치달은 때, 그 시기에 한국의 지식인, 정치가와 사회운동은 정세변화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상황을 찾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이 책은 그 원인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출구를 찾아보려는, 또는 만들려는 치열한 탐색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많이 읽히고,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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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 1년 반, 12,500km, 유라시아 자전거 유람기
신혜정 지음 / 사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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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12500km 유라시아 자전거 유람기, 여행기인 동시에, 그 여행 동안 만난 세계와 사람들, 역사와 환경에 대한 너무나 소중한 글들이 담겨 있다. 많은 분들이 오래오래 함께 읽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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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 1년 반, 12,500km, 유라시아 자전거 유람기
신혜정 지음 / 사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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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의 블로그를 계속 읽다보니 자전거 유라시아 횡단을 하는 몇몇 한국인 청년들 중에서도, 뭔가 특이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가는 곳마다 박물관에 꼭 가고, 현지의 사람들과 역사를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 인생에 대한 내공이 있으면서도 유머가 있어서 매번 읽을 때마다 마음이 뭉클하고 따뜻해졌다. 1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친환경 여행을 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들과도 만나고 있었다. 며칠에 한번씩 이 분이 지금 어디서 무슨 여행을 하고 있지 찾아보면서, 왠지 같이 여행하는 듯한 기분도 들고, 나도 나중에 꼭 여기 가봐야겠다 하는 생각도 하고, 묘하게 친구랑 대화하는 듯한 기분이 되었다. 그는 중국 신장,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이란, 키르기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크라이나까지 정말 대단한 여행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환경 분야를 공부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자, 환경운동 활동가이기도 한 정말 멋진 후배 신혜정님이 그 여행기를 다듬어 <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출판했다. 1년 반 12500km 유라시아 자전거 유람기, 여행기인 동시에, 그 여행 동안 만난 세계와 사람들, 역사와 환경에 대한 너무나 소중한 글들이 담겨 있다. 많은 분들이 오래오래 함께 읽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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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의 탄생 - 청제국에서 시진핑까지 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 4
클라우스 뮐한 지음, 윤형진 옮김 / 너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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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자인 클라우스 뮐한이 10년 넘게 공들여 쓴 책인데, `현대 중국’의 출발점을 청의 전성기로 잡고 중국의 `제도’가 장기지속하면서 도전에 대응하며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라는 큰 질문을 중심으로 이 시기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풀어냅니다. 중국 정치에서 중앙정부(현재는 당국가)의 권력이 강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방 세력, 군벌, 반란군, 씨족 등 다양한 행위자가 있다는 것, 정부와 경제(민간기업)과의 관계, 주권과 국경 관리의 문제, 환경과 기후, 자원 등이 중국 역사에 미치는 영향, 사상과 관념 등 지성사의 문제를 중심으로 서술합니다.

좋은 내용이 많아 계속 밑줄을 긋게 됩니다. 청이 쇠퇴한 1830년대 이후 중앙정부와 관료기구가 위기에 빠지면서 지방에서 특히 군사력을 지닌 세력들의 힘이 커졌고, 외국 제국주의의 침략이 겹치면서 군사주의와 민족주의가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매우 중요한 힘이 되었다는 것, 민국시대부터 중국 정치에서 계속된 `무자비한 국가 권력 추구‘가 마오쩌둥 치하에서 계속 확대되었고 이것을 분산하는 과정이 개혁개방이었다는 것, 중국 개혁개방의 성공에는 중국의 역사적 유산인 행정 경험, 정교한 시장 등이 작용했다는 것, 문혁 이후 1977년 대학입시의 부활은 `과거제 유산(관료제) 부활’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중국의 강력한 애국주의에는 정부가 `주입하는 것‘만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애국주의가 있고 이 두 가지가 매우 미묘한 긴장관계이자 때로는 당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는 것, 단일하고 고유한 `중국모델’은 없으며 중국 스스로의 역사적 유산과 광범위한 외국의 모델을 이용해 다층적 실험과 적응을 해왔다는 것...... 여러 가지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지은이가 극단적 중국 위협론이나 `중국 대안론’에 쉽게 빠지지 않고 냉정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현대사의 정치제도가 “전장에서 군사작전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당성의 기초가 부족했고 교화와 선전, 억압, 경제성장으로 이를 메우려 해왔지만 결국 어떤 식으로든 인민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정치 체제 개혁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저자의 결론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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