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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평점 :
내 친구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으면 휴대폰으로 찍어 놓고는 종종 그 의미를 다시 곱씹어 본다.
잡지에서 자기 계발서, 소설 등 주로 실용성과 로맨스를 주제로 한 책을 두루두루 읽는다.
나도 책을 좋아하지만 우린 먼가 달랐다.
그 친구도 책을 사고, 나도 책을 샀지만 친구의 한 마디로 인해 우리 둘이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 난 소설책은 돈 아까워서 못 사겠더라."
난,, 아니다. 시대는 항상 빠르게 변하지만 인간의 감성은 여러 시대에 걸쳐 공유될 수 있다.
자기 계발서 같은 건 돈 주고 못 산다.
하지만 이렇게 소설책을 주로 읽다보니 독서하고 내게 남는게 멀까,
그저 심심풀이 땅콩 정도의 가치밖에 안되는 건가.
가끔 회의감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기분이 정말 좋아졌다.
작가가 여러 책을 읽으며 차곡차곡 쌓아 온 감상과 삶에 대한 깨달음들은
직설적으로 정보와 조언들을 쏟아내는 책들을 통해 얻는 지식들보다도
좀 더 숙성되어 있는 것이었다.
작가가 쓴 독서기에 담긴 일상에 대한 깨알같은 감상들은 두 번 체에 걸러진 가루처럼
가슴 속에 부드럽게 스며든다.
나도 처음엔 사랑 받는 쪽이었다.
작가와 달리 난 체험으로 깨달았다.
헤어지자고 말한 사람은 나였지만, 그걸 받아들인 건 그 쪽이었다.
강자는 자기가 내뱉은 이별을 번복할 수 없고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에 정말로 약자가 되어버린다.
이후 난 사랑에 쿨해지지 않기로 했다.
뜨겁다가 뜨뜻미지근해질지언정
쿨하다가 가슴 아프게 뜨거워지진 않기로 말이다.
사는 것 자체가 말썽이다.
말썽없이 굴러가는 삶은 훨씬 그 속도가 빠르지 않을까.
관계에 치이고, 일에 치이다 보면 꿈은 멀어져 있다.
꿈을 목표라는 단어로 바꾸는 작업은 내가 당장 해야 할 일 같다.
꿈이기에 머든 꿈꾸라고 하는 말은, 맞다, 정말 실패를 염두하고 하는 말 같다.
목표, 이 단어가 모든 꿈꾸는 이에게 필요한 말이다.
꿈이라는 하늘 높이 있는 구름을 마냥 바라보지 말고 목표라는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나에게 알려주고 있다.
위선과 위악에 대한 이야기는 나에게 여러 드라마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했다.
겉과 속이 모두 선한 사람이 제일 좋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위선에 약간 가깝지 않을까.
드라마의 극단적인 위선자들을 볼 때마다, 차라리 대놓고 나쁜 사람이 낫지
능구렁이 같이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악역들을 보며 분노의 도가니에 빠졌었다.
하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맞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선자를 선택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든다.
난 실제로 나빠, 그러니까 적어도 착해보이는 척이라도 하자.
하지만,
난 실제로 착해, 하지만 나쁜 척 할거야.
사실 위악의 개념자체가 난 잘 와닿지 않는다.
그만큼 이들의 선악 개념은 뒤틀려 있다.
그러니 내가 위선자라는 것에 안도해야겠다.
책의 제목처럼
일주내내 달려 온 내 심장을 어루만지며
가끔은 따끔따끔 전기 충격으로 콩닥콩닥 뛰게 해 준 책.
상반기 최고의 독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