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중에서 『장자』에는 노자사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매우 혁명적인 사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망각과 연대의 실천철학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한 아주 근본적인 사유이지요. 망각과 연대는 간명하게 표현하자면 소통(疏通)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소통을 글자 그대로 ‘막힌 것을 터 버린다’는 뜻의 (疏)와 ‘새로운 연결’을 뜻하는 (通)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개념입니다. 결국 이 개념은 기존의 고정된 삶의 형식을 극복하여 새로운 연결과 연대를 모색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자신의 고유한 삶을 되찾고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오직 이럴 경우에만 우리들은 자유를 되찾을 것이고, 지금까지 우리 삶에 기생해 왔던 초월적 가치들을 단호하게 끊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