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슬픔의 틈새 ㅣ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평점 :
💚
🌿슬픔의 틈새
🌿이금이
🌿 사계절
사할린의 바람 속에서, 희생으로만 남겨진 한 여인의 삶을 마주하다.
책장을 덮는 순간, 오래도록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사할린이라는 이름은 내게 그저 차가운 땅, 멀고 낯선 역사 속 한 페이지에 불과했지만 이금이 작가는 그곳에서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한 여인의 굳은 생을 너무도 섬세하게 불러냈습니다.
주인공 단옥의 삶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세워진 세대의 초상 같습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시부모를 모시며,
동네 어르신의 일까지 도맡아 하며 가족을 위한 헌신이 행복이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켠이 저려왔습니다.
가족을 위한 희생이 곧 행복일까?’
그 믿음 속에서 스스로를 소모해온 세대의 슬픔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녀가,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차 한 잔 마실 여유를, 예쁜 그릇 하나의 기쁨을 허락했다면 그 삶은 조금은 덜 외롭지 않았을까요.
이금이 작가는 사할린이라는 냉혹한 역사 속에서도
그저 슬픔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 틈새 속에서도 인간다운 온기,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삶’ 그 자체를 보여줍니다.
🏷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은
이렇듯 늘 슬픔과 고통의 틈새를 비집고 모습을 드러냈다."
- p.313
사할린의 한인들은 해방 이후에도 귀환의 길이 막혀
50년 넘게 무국적자로 살아야 했습니다.
비행기로는 세 시간, 그러나 정치와 역사라는 벽 앞에서 그 거리보다 훨씬 먼 이별의 세월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 속에서도 단옥은 가족과 마을을 위해 묵묵히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녀가 결국 택한 남겨짐은
누구보다 강인했지만, 동시에 지독히 외로웠습니다.
그녀의 사할린은 고향이자, 상처이며, 끝내 떠나지 못한 자신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지 한 시대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잃어가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내 행복을 미루는 동안,
나는 점점 더 슬픔의 틈새 속으로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책은 그 질문을 내게 조용히 던졌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웃고,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던 단옥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도 같았습니다.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하고, 끝내 자신을 놓치지 않기를 바랐던, 한 여인의 삶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우리는 절대로 지나간 역사를 잊어선 안됩니다🫧
헤스티아(@hestia_hotforever)가 모집한 문장들 서평단에 당첨되어 사계절출판사 ( @sakyejul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책리뷰 책친구 책소개 책서평❤️
북아델린 @book_adeline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