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식민시대 우리의 불교학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1
심재관 지음 / 책세상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이 책은 작은 부피와는 달리 저자의 공력과 학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짠~하게 묻어나 있었습니다. 식민 시기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불교학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으며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처한 현재의 불교학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책 끝부분에는 <더 읽어야 할 자료들>을 소개해 놓았는데 친절한 내용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어 계속 관심분야를 확장하실 분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 

아직 근대나 민족 개념에 관한 독서량이 짧은 관계로 다른 책과 비교해서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저자가 학계의 사대주의적 성향에 대해 감정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정확하고 따끔하게 짚어내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88쪽의 "대다수의 연구자들이 외국의 목소리를 답숩할 뿐만 아니라, 제국의 후광으로 개인의 영달을 꿈꿀 뿐 기초 연구를 위한 자기 희생은 없었다..."를 읽으며 '해바라기 군단'의 '자식 외국에서 가르치기' 유행이 오버랩되더군요.

75쪽의 "학문이 발전하기 위해서 마련되어야 할 제도적 장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혹시 42쪽에서 "초기 불교 연구의 목록은 아시아를 답사한 소수의 선교사들이나 제국주의의 관료들이 수집한 필사본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헌의 수집은 단순히 개인의 호기심에 의한 발굴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국가적 기관에 의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 학문적 역량의 축적이 순수한 학자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들 나라의 과거 속에서 더 분명해진다."와 연관지을 수 있는 어떤 대규모의 국가적 지원을 의미하는 것인지요? 

이 책은 불교학 뿐만 아닌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한번쯤 정리하고 넘어갸야 할 '왜 공부를 하며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훌륭한 나침반 구실을 해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미주를 각주로 처리했더라면 하는 점입니다. 다행히 책 분량이 많지는 않아 그런대로 미주를 펼쳐 보며 읽었으나 그래도 그 때 그 때 확인하며 읽을 수 있는 각주가 더 편리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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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tyboat 2006-03-04 0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재관선생님이 불교 평론 22호에 근대 한국 불교의 한 진경이라는 글을 쓰셨는데, 이 책과 맥락이 비슷할지는 모르겠으나, 식민지를 경험하며 형성된 한국 불교의 또 하나의 모습을 지적을 하시는데, 일단 재밌습니다.. 근대화라는 과제와 일제 식민지라는 두 상황이 한국 불교의 방향을 어떻게 몰고 갔는가..하는 얘기인데, 한국 불교의 근대화와 민족주의라는 두 담론에 생각꺼리를 제공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