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
이소진 지음 / 오월의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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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거듭 느낀 것은 책 속의 문제가 80-90년대생 여성, 소위 MZ라 불리는 세대 특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청년 시절의 나는 퇴사 후 재취업을 준비하던 종로의 영어회화반에서 원어민 교사의 질문에 손을 번쩍 든 유일한 수강생이었다. 질문은 ˝자살 충동을 느낀 적 있는가?˝였다. 나는 ˝3번˝이라고 답했다. 3번은 많다와 동의어였다.

지금의 청년 여성들이 죽지 않고 살아서 중장년이 되면 다음 세대의 자살 충동을 느끼는 청년 여성을 보며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 이건 세대의 문제라기보다 계급의 문제로구나. 쥐뿔도 없는 계층 안에서 그 안의 약자(딸)를 다시 뜯어먹는 착취의 굴레 같은 거구나. 뜯어낼 물질적 자원이 없을 때, 정신적으로라도 딸들을 밟고 일어나 쥐꼬리만한 자존감을 세우려는 못난 사람들의 흔해 자빠진 이야기로구나.

대대손손, 역사적으로 이런 행태는 반복되어 왔다. 가부장제라는 게 발명된 후에는 딸들이 가장 밑바닥에서 모든 걸 감내하고도 ‘못된 년‘, ‘저밖에 모르는 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왔다. 모든 딸들은 일렉트라가 되라고 리어왕의 세째 딸이 되라고 강압받아온 것이다.

딸들은 착한 아이가 되지 말고 눈을 떠야 한다. 그리고 같은 딸들이 서로를 지켜주어야 한다. 도망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던 내 청년 시절은 얼마나 외로웠던가. 도망가봐야 거기도 내 순응과 추종을 취하려는 또다른 가부장제의 화신들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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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버라이어티 24 - 12g, 24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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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원두를 주문했는데, 버라이어티팩을 뒤늦게 발견해 또 주문했습니다. ^^;;; 어쩌다 보니 커피 사재기가 되었군요. 드립백이 편한데 잔당 단가 문제로 이만큼 살 수는 없었거든요. 이 기회를 놓칠까봐 8월 커피 쿠폰 알뜰히 써버렸습니다. 남은 여름은 알라딘 커피로만 채우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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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문학 선집 세트 - 전7권 한국 여성문학 선집
여성문학사연구모임 엮음 / 민음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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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다. 문학과 문학사의 기울어진 평형추를 움직일 선집이다. 쉽지 않았을 기획을 끝내 성공시킨 학자 그룹과 출판사에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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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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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책이 도착했을 때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최근에 에드워드 브룩-히칭의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을 읽었는데(정확히는 아직 읽고 있는데) 거기 등장할 법한 책이었다. 책이 너무 작아서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보는 책이 아닐까 했던 것이다. 그러나 활자 크기는 여느 책과 다를 바가 없었기에 한숨이 나왔다. 양장본 껍데기를 빼고 나면 대체 몇 마디나 들어있을까 싶었다. 일전에 크리스틴 델피 책을 받고 좌절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또 속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책의 페이지 정보도 제대로 보지 않고 주문했다는 자책에 빠졌다.

그런데 웬걸?
이거, 이거, ‘나의 작고 소중한 책‘ 목록에 올릴 만한다.

프랭크퍼트, 이분의 사고방식이 너무 내 취향이다. 유머감각도 내 취향이다. 전혀 웃기려는 의도가 없다는 듯 정색하고 쓰신 게 더 웃긴다. 아무렇지도 않게 bullshit을 연발하시는 것도 내 취향이다. 특히 ‘shit‘에 대해 침착하고도 정교한 분석을 하시는 부분이 백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었던 사람에게 물으니 ‘어렵다‘, ‘재미로 읽을 책은 아니다‘라고 하던데,
왜 이게 재미가 없어? 너무 재미있는데? 애들 아침상 차리기 전에 다 읽어 버렸고, 애들 학교 보내고 다시 읽었다. 너무 웃겨서.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아래 기사 때문이었다.
내가 직접 읽어 보고 AI가 하고 있는 것이 헛소리인지 개소리인지 판별하려 했다. 그러나 친절하게도 옮긴이가 이미 그 고민을 하셨더라. 옮긴이의 말에 그 부분이 있어 밑줄긋기로 옮겨둔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45165.html#cb

bullshit은 사전적으로는 헛소리, 허튼소리, 엉터리, 실없는 소리, 허튼 수작, 허풍, 과장, 바보같은 소리, 터무니없는 소리 등으로 번역된다.
2015년도 서울대학교 논술 지문에서는 이 책의 일부를 발췌해 실으면서 ‘빈말‘로 번역하였고, 철학 명저를 요약 소개한 책 《짧고 깊은 철학 50》 (흐름출판, 2014)에서는 ‘헛소리‘로 번역한바 있다. 역자도 처음에는 개소리라는 비속어보다는 헛소리 정도로 옮기는 게 좀 더 철학책의격에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헛소리라고했을 때는 난센스와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이 발 - P70

목을 잡았다. 또한 헛소리에는 무의미한 말이라는 뉘앙스가 있지만, 저자가 말하는 bullshit은무의미한 말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었다. bullshit에는 화자의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게 저자의 논지이기 때문에 이를 무의미한 말로 옮기는 것은어딘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정적인 것은 이책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실렸을 때 도서명이 ‘On Bull__-___‘이라고 표기되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bullshit의 번역어는지면에 싣기에 부적절한 단어라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비속어 느낌이 들도록 ‘개소리‘로 번역하게 되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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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도 행복했으리라는 것을 안다. 조금다른 행복이었을 것이다. 조금 덜 고통스럽고 조금 덜 맹렬한행복. 사람은 너무 비싼 걸 사면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후기를남긴다는데 어쩌면 난 아이들을 키우는 데 너무 많은 걸투자했는지도 모른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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