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과 이야기 - 에세이와 회고록, 자전적 글쓰기에 관하여
비비언 고닉 지음, 이영아 옮김 / 마농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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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치 있는 작품이 출간 이후 맹비난을 받거나, 잠깐 반짝하고 사라질 작품이 극찬을 받는 이유는 읽는 사람들의 잘잘못 때문이 아니라, 때를 잘 만났거나 잘못 만났기때문이다. 아무리 좋거나 훌륭해도 당장은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기에 돌처럼 가라앉는 책이 있는가 하면, 단명할 것이뻔한데도 지금, 바로 지금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호평을 받는 책도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내면은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 얻어야 비로소 풍요로워진다. - P189

장차 예술가가 될 대학원생들에게기교는 밥벌이 수단이다. 나는 이 점이 끔찍하게 느껴지는데,
왜냐하면 기술에 집중하는 것은 현대 문학에 독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전적 산문 쓰기에 관한 훌륭한 소책자 진실처럼 명료하고 단순하게 Clear and Simple as the Truth』가 내 이런생각을 잘 대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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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기술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기술은 가시적으로 필력을 보여주긴 하지만, 글쓰기는 기술의 결과물도 아니고, 기술을 사용하는 활동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글쓰기는대화를 닮았다. 대화에 서툰 사람은 설사 언변이 아주좋더라도 대화를 독백과 구분하지 못하기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무리 언변을 갈고 닦아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대화에 아주 능한 사람은 말주변은 떨어질지 몰라도 대화란 서로 주고받는 활동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대화도 글쓰기도 화술을 익힌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근본적인 개념의 문제를 등한시하고글쓰기 기술만 가르치려 들다간 실패할 수밖에 없다. - P187

하지만 회고록은 증언도 우화도 분석적 기록도 아니다. 회고록이란, 삶이라는 원료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 경험을 구체화하고, 사건을 변형하고, 지혜를 전달하는 자아라는 개념에의해 통제되는 일관된 서사적 산문이다. 회고록 속의 진실은실제 사건의 나열로 얻어지지 않는다. 작가가 당면한 경험을마주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독자가 믿게 될 때 진실이얻어진다. 작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그 일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을 짓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프리쳇*은 - P107

회고록에 대해 "중요한 건 필력이다. 인생을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칭찬받을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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