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예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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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의 한분이 여류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다. 그녀의 문체는 깔끔하고 단아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감성에 빠져들게 한다. 그녀의 글 속에는 우리 주변의 일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어느 새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 책의 주요 스토리는 기억을 잃은 주인공 야요이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야요이에게는 외딴 집에 홀로 사는 이모가 있다. 고등학교 음악선생이기도 한 그녀의 집에 찾아간 야요이는 이모에게서 다른 이에게는 느낄 수 없는 묘한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한 핏줄로 이루어진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바로 알고 느낄 수 있는 힘이 있는 걸까? 조금은 엉뚱할지 모르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야요이는 이모로부터 다소 놀랄만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이모와 야요이는 친 자매라는 사실을 ..


그리고 어린 시절 한 가족이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했고 사랑하는 두 부모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야요이는 자신의 기억 저편에서 유년 시절의 아픔을 점차 기억하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을 길러주고 사랑으로 보듬어주신 두 부모님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야요이. 감춰졌던 진실을 막상 맞닥뜨린 후 그녀의 기분이 어떠했을지는 본인이 아닌 그 누구도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더할 수 없는 사랑과 행복을 주는 가족이라는 터울 안에서도 늘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하고 외로웠던 야요이는 그제서야 자신의 아픈 상처를 이해하게 된다. 그 가운데 어느 날 이모는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되고 야요이는 자신을 찾아 온 남동생과 함께 이모를 찾아 나서게 된다. 이모를 찾아 나서게 되는 과정 속에서 이들은 그간 서로에게 느꼈던 감정의 진실을 알게 된다. 그간 남매라는 타이틀 안에서 서로에 대한 진심을 표현할 수 없었던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지게 될까.


그녀가 이야기하고 있는 삶은 한편으로는 따뜻하고 아름답지만 그 이면에는 누군가로 인한 아픈 기억과 추억이 자리하고 있다. 진실을 알게 된 이후의 삶과 모르고 살았던 과거의 삶, 어느 쪽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가 야요이가 되어 생각해본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 또한 정답은 없듯이 주인공이 알게 된 현실의 삶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관계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손쉽게 받아들일 수도 없겠지만 서로를 생각하고 바라보는 그 마음만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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