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블로그 - 익명의 변호사
제레미 블래치먼 지음, 황문주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색다른 소재로 읽기 전부터 나의 눈길을 끌던 책이다. 미국 LA 소재의 한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익명의 변호사와 그의 라이벌간의 벌어지는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스물다섯의 제레미 블라크만은 세계적 명문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다. 로펌에서 인턴 경험이 있는 그는 인사담당 파트너라는 직책을 맡아 일을 하던 중 가상의 공간인 블로그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한다.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 익명성이 주는 영향은 그야말로 크다. 쉽게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을 보장해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지만 그 이면에는 이를 악이용하는 이들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에 절대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특히나 우리 인간은 타인의 내면 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한대의 것들에 대한 호기심 내지는 궁금증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심리적인 면에 기인하여 주인공 제레미 블라크만은 색다른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이다. 가상의 공간에 익명으로 활동하는 그로 인해 로펌 내부의 실상과 그 안에서 일하는 이들의 삶 또한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한정되었지만 특수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내면 심리와 함께 허상과 거짓 그리고 탐욕에 일그러진 이들의 모습도 함께 엿 볼 수 있다.


타인의 개인적인 생활공간이 그토록 철저하게 내보여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의 이기적인 본성과 학벌과 허위와 가식에 휩싸인 채 살아가는 이들의 실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다. 삶 그 자체가 전쟁이 아니던가. 내가 살기 위해서는 타인을 억누르고 짓밟아야 하고 내 자신이 이기적인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 어쩌면 우리의 현 실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장으로 승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레미 블라크만. 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요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 할 때의 떨림과 설렘과 기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것처럼 직장인들의 고군분투하는 삶의 모습에 동정의 마음이 밀려오지만 이내 공감하고 만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부딪쳐야 할 수없는 난관이 존재하고 강은 건너기 위해서는 피하지 말고 당당히 부딪쳐야 하는 현실. 권력과 쟁취해야 할 목적을 위해서 인간의 본성은 어쩌면 잠시 접어두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성공을 하기 위한 최상의 이유가 무엇이든지간에 우리는 지금 허허벌판 외로운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그 안에 뿌리깊이 자리 잡고 있는 그들의 현 실상을 보게 되어서였을까.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소재를 테마로 하고 있어 호기심을 일으키긴 했지만 아주 유쾌하진 못하다. 어떤 일을 하게 되든지 즐기며 타인과 일상의 즐거움을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존재 자체를 잃어버리지 않고 올곧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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