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지음, 이정환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물건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흔히 장인이라고 부른다. 오로지 한길만을 바라보며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히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하던 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잦은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 일쑤이니 그런 면에서 장인의 삶이란 가히 위대하지 않은가.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는 고된 인내의 삶.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이 살아온 시절은 우리나라가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일제 강점기다.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만이 타인을 배려하고 위로할 줄 안다고 하지 않던가. 가난과 굶주림의 세월을 직접 피부로 느껴보지 못한 이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그 좌절의 시기를, 그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갖은 고생을 하며 학업을 계속해나간다. 누군가에 의지하려고만 하는 약해빠진 요즘 어린 친구들에 비하면 그 의지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은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이 소년이 바이올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약장수가 켜는 악기의 소리였고 이후 일본인 교사에게 바이올린 켜는 법을 배우게 된다.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보통의 이들과는 달리 높은 호기심과 무언가에 관심을 쏟게 되는 계기가 주어지는 것 같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 얻을 수 없는 희망의 싹을 남보다 먼저 발견해내는 이들. 일본에서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민족 차별을 당하고 갖은 육체노동을 하며 벌어들인 돈으로 공부하며 교사의 길을 꿈꾸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의 꿈을 펼치기에는 시대적 배경이나 환경은 턱없이 힘겹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바이올린 제작 기술을 익히려고 끊임없이 연마하고 노력한 사람, 그는 이제 세계에서 다섯 명 뿐인 바이올린의 장인으로 우뚝 선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얻어낸 성취, 그 불굴의 의지는 한국인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피 눈물 나는 현실 앞에서도 그가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집념을 갖게 된 것은 그를 위해 희생하신 부모님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이야기에는 한국인의 아픔과 슬픔도 서려있다. 일본인들에게 온갖 모욕과 무시를 당하면서도 꿋꿋히 그의 길을 스스로 찾아 나선 그의 모진 삶이 한없이 안타깝지만 최고의 바이올린 장인이 된 현재의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장인의 위대한 모습뿐이다. 우리의 현실이 비록 허망할지라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사실, 오뚝이처럼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못 이룰 일이 뭐가 있더냐. 그가 살아온 이야기는 슬프고 애달픈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실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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