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혼의 여인
쿠르반 사이드 지음, 이선혜 옮김 / 길산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을 즐겨 찾게 되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것이다. 일본작가들의 소설이 최근에 국내에 많이 유입되면서 세대를 넘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소설의 매력이 단조롭고 일상적인 우리의 일상을 필두로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동유럽의 소설을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던 터였다. 조금은 생소한 이 책의 저자 쿠르반 사이드는 과연 어떤 필체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 것인가. 궁금했다.


소설의 배경은 전쟁 전의 터키와 독일, 이 두 국가 사이의 이념적인 대립으로 인한 충돌과 이슬람과 기독교의 갈등 양상을 축으로 하여 주인공들의 내면적 고뇌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을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다. 종교적인 갈등 양상은 사실 우리 사회 내에서 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너와 나의 가치관이 다르듯이 어떤 신을 믿고 숭배하는지는 오로지 개개인의 의지에 달린 것을, 어떻게 하나의 결론을 내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오스만제국의 몰락으로 터키 황실의 딸인 아시아데 앙바리는 그의 아버지와 함께 베를린으로 망명의 길을 떠난다. 새로운 터전에서의 새 삶을 꿈꾸는 이들. 과거 터키 왕자와 정혼을 약속하였지만 비엔나의 한 의사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기존의 신뢰를 내려놓고 다른 이에게 마음을 준 이후 그녀는 어떠했을까. 기존의 약속을 따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에 따른 결정을 한 선택의 대가는 무엇일까. 우리도 현실의 삶에서 많은 선택의 순간에 놓이고 갈등을 겪고 그 대가를 어떤 방법으로든 치르게 된다. 비록 원하지 않는 결과가 따라올지라도 그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내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아시아데의 소위 운명이라 짝이라 여겨졌던 존 롤랜드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의사 하싸. 하사와의 결혼생활을 시작하지만 좁힐 수 없는 틈이 이들 사이에는 놓여 있다. 종교적인 대립이 삶의 곳곳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확연한 차이를 안겨주는 것일까. 한 여자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두 남자의 등장. 그 안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갈등과 고뇌가 터키를 배경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독자들은 자신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각자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터키와 이슬람문화에 대해 일부의 지식이라도 있다면 이 책을 좀 더 재미있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가까운 친구가 터키여행을 하고 돌아와 찍은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무척 호감 가는 나라가 되었고 한번쯤 터키 땅을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두 배로 간절해진다.


각 나라의 문화와 종교를 둘러싼 이념의 대립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역사적인 부분에 근거하여 쓴 소설이라고 하는데 무엇보다 한 여인의 삶에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고 그 이후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듯하다. 문화와 가치관이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장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그런 갈등이 언제고 찾아올 수 있고 그 몫도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