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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열차 - 꿈꾸는 여행자의 산책로
에릭 파이 지음, 김민정 옮김 / 푸른숲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현대인들에게 여행이 주는 감흥은 실로 놀랍다. 예술작품이나 공연을 보는 것보다 두 배 아니 그 이상의 마음을 울린다. 내 앞에 놓인 한정된 환경 속에서 우리는 매일의 삶을 살아가지만 여행을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실로 놀라운 배경과 문화 그 속에서 만나는 낯선 이들과의 교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내게 부여한다. 이렇게 여행은 내게 실로 놀라운 삶의 비타민이자 희망사항이다. 주위만 둘러보더라도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를 등에 업고 짧게는 열흘에서 한 달까지 자기만의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나에게 늘 그들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언젠가는 그들처럼 떠나리라 다짐만 하고 있다.
이 책은 열차를 타고 자신들만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 프랑스 작가 에릭 파이의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의 시간을 뛰어 넘어 자기만의 세계로 떠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쉬워 보이지만 이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 것이다. 야간열차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는 그 상상만으로도 벌써 행복감에 젖어든다. 야간열차를 타고 여행한 나라의 도시들에서 그는 낯설지만 새로운 호기심과 신비로운 시각으로 자신만의 느낌을 표출하고 있다.
단순한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깊이 있는 시각으로 문명의 대한 관조와 그가 여행한 장소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듯 독자들에게 천천히 안내하고 있다. 그 도시의 지나온 역사를 떠올리게 하고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예술의 도시의 정취에 감탄하기도 한다. 그가 여행길은 마치 우리의 지나온 삶의 과정을 되돌아보는 과정과 흡사하다.그 나라의 풍경을 표현하는 크고 작은 도시의 정경이 밤의 야간열차를 통해 불빛의 화려함으로 그야말로 아름다운 하나의 그림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행의 추억은 사진의 셔터 소리와 같이 찰나의 순간이다. 하지만 한번 찍고 소멸되는 것이 아닌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게 한다. 여행길에서 우리가 본 풍경들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모습을 갖추고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여행객들을 맞을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내일의 여행을 또 꿈꾸는 것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을 저마다의 소장 앨범을 준비하고 또 그것이 채워지길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자기만의 여행길에서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작가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들의 만남은 어떤 모습일까? 약간의 궁금증이 생긴다. 서로 다른 국경을 넘나들며 낯선 타지로의 여행길을 끊임없이 준비하고 또 떠나는 여행. 여행은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아직까지 낯선 타국의 땅을 밟아보지 못한 나로서는 걱정부터 앞서고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여행을 준비하기 전 설레임과 떨림 그리고 두려움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실제 여행은 우리가 피부로 부딪치며 겪는 경험의 과정이다. 어떻게 보면 여행은 현실을 만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의 하루인 것이다. 이런 여행을 시작하고 싶다면 오늘 밤, 아니 언제가 되더라도 좋다. 야간열차를 타고 자기만의 사색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