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를 만나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힘 아버지
왕쉬에량.유천석 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클릭 / 2006년 12월

매년 첫발을 내딛는 새해가 찾아올 때면 나는 늘 마음속으로만 그리워하던 한분을 떠올린다. 이 세상의 제목처럼, 항상 나의 든든한 어깨가 되어주셨던 분, 바로 나의 아버지를..!여섯 딸들의 믿음직스러운 보호막이셨던 아버지, 그 토록 건강하시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셨고 우리 자매들은 아무 준비도 없이 아버지를 잃어야 했다. 사람의 생과 사는 예정이 없듯이 기약 없는 이별을 맞아야 했던 아버지가 몸서리도록 그립기만 하다.

누구에게나 부모님이 주는 사랑은 애틋하기 마련이겠지만 특히 딸에게 있어 아버지는 인생의 스승과 다름없는 특별한 존재다. 특히, 장남이자 맏아들인 오빠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맏딸인 내게 많은 의지를 하시며 살아오셨기에 생전에 좀 더 잘 모시지 못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물밀듯 밀려들어와 하나의 지울 수 없는 한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

이 책은 이런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미처 깨닫지 못하고 돌아가신 후에야 빈자리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 지나온 시간에 대한 회상을 하며 추억을 그리워하며 쓴 에세이식의 글들이 담겨있다. 한편 한편이 모두 내 이야기이며,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로 마음이 아프고 이내 눈물짓게 된다. 지금, 내 눈앞에 계신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그 분의 가슴에 피멍드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죄책감과 후회들, 그 분이 어찌되었든 지금 내 옆에 살아 숨쉬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정처 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온다.

35편의 단편이야기들이 실린 이 글들 속의 아버지들의 모습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것도 내어주는 자기희생과 숭고의 삶을 사신 분들이다. 가난해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분, 퇴학당할 위기에 처한 아들을 위해 무릎을 꿇고 자존심마저 버릴줄 아시는 분, 자식이 쥐어드린 돈을 꼬깃꼬깃 접어 아깝다며 쓰지 못하시는 분... 우리의 아버지들의 모습이 아니던가. 내 자신이 부모가 되어봐야 나를 낳아주신 분들의 노고와 사랑과 희생을 마음깊이 깨닫을 터. 부모가 자식에게 퍼주는 사랑은 정말 한량없음을 본다.

그렇다. 부모와 자식 간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고 무슨 말이 필요하랴.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분, 그 분이 내 옆에 계시다는 그 자체가 내가 이 생을 살아가는 이유이며 행복인 것을. 돌아가신 후에야 당신의 존재를 이리도 애타게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저 하늘 위의 천국에서 바라보며 이 내 마음을 헤아려 주실까. 뒤늦은 자식의 한탄을 제발 안타깝게 여기며 돌보아 주시기를 무거운 맘으로 청해본다.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무한한 힘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끼고 돌아가신 두 부모님을 생각한다. 이제는 다신 볼 수 없는 두 분의 모습을 사진에서나마 바라보며 추억할 수 있겠지만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살아계심을 느낀다. “아버지, 아버지. 당신이 유난히 뵙고 싶은 계절. 이 추운 계절이 한해 한해 더 빨리 다가오네요. 이 못난 딸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훗날 당신의 품에 안길 때 따뜻이 보듬어 주시기를.. ”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이 책을 읽은 당신만은 그간 안부전화를 드리지 못한 부모님께 한통화의 안부전화라도 드려라. 부모님의 건강을 보살펴드려라. 따뜻하게 배려와 관심의 말 한마디라도 건네드려라. 효의 실천은 멀리 있지 않은 것, 바로 지금 내 옆에 계신 소중한 분께 드리는 나의 최소한의 자식된 도리를 행하는 것일게다. 마음 따뜻한 책을 통해 돌아가신 두 분을 생각하며 추억속의 두 분의 행복한 미소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