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쥐가 있다
김수지 지음 / 도서출판 오후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새 해 첫 책으로 선택을 했다.

민지효와 서현수.

그 두사람의 작은 공간에서 함께 호흡을 하며 그렇게 천천히 읽어갔다.

 

(우리 집에는 쥐가 있다)

난..민지효라는 남자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완독한지 며칠이 지났지만 끊임없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서현수에게 미안하지만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민지효"란 남자의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서현수씨... 많이 많이 미안해요.^^>

 

누군가의 삶은 꿈을 그리는 하얀 도화지같은 공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남자 지효에게 삶이란...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하 듯 이어지는, 마치 목적없이 흐르는 뿌옇고 탁한 이름없는 강물과도 같았다.

하룻 밤의 잠자리와, 한끼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못 할것도, 안 할것도 없는 가엾고, 안스러운 남자!

아~~ 이 남자.

왜 이렇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걸까?

당신을 어쩌면 좋을까?? ㅠㅠ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자니 초반부터 중반까지.. 나도 모르는 초조함이 들었던 거 같다.

마치 내가 민지효가 된 거처럼~~

민지효란 남자의 텅빈 마음과 공허한 눈빛에서  뿜어 내는 깊은 상실감을 나도.. 함께 느꼈다.

그런 민지효에게 나타난 서현수라는 여자는

그의 세계였고, 중력이었고, 중심이었다.

이유없이 무조건, 절대적으로 그녀를 향하는 집착적인 사랑과 소유욕!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

지효의 그런 사랑이 무섭지도, 외면되어지지도 않았다.

 

긴 세월 의식불명의 환자가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어느 날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으며 가장 먼저 눈을 마주친 사람의 대한 마음과도 같지 않았을까?

주위에 아무도 없는 사람이 처음 눈을 마주친 사람과, 온기를 나누고, 사랑의 빛깔마저 덧 씌워졌다면..

지효에게 서현수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민지효는 그녀에게 버림 받지 않기 위해 처절한 위장을 하기도 한다.

 

(그녀가 그의 세상에 전부였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위장하고, 일 따위 하고 싶지 않지만 흥미 있는 척, 열심히 하는 척하고,

 그녀가 다른 사람 찍는 게 끔찍할 정도로 싫지만, 응원하는 척 하자. 열심히 하라고.당신 정말 대단하다고.

 매일 문 밖으로 나서는 당신 들을 볼 때마다 죽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고.

 매일 밤 몸을 엮은 채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도.

 매일 살을 맞댄 채 누워 아침 해가 뜨지 않기만 기도한다는 것도. 내색하지 말자.)        _ 본문 중에서 _

 

민지효와 서현수.

그들의 사랑을 나는 마시멜로 공기라고 단정짓고 싶다.

처음 두 사람이 나누는 사랑이라는 행위는..

몸에 유익하지 않지만 달콤함에 계속 손이 가는 마시멜로같은 사랑은 아니었을까?

외로운 시간속에서 스스로 마음의 벽을 세우고 살았던 현수에게나,

삶 속에  왜? 내가 있는지 의미조차 몰랐던 지효에게 서로의 존재는 막혀 있던 장애물이 사라져 버린 후

마주하는 찬란한 빛..과도 같았으리라.

그 빛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공기가 되어 버린다.

보이지 않게 스미 듯..

없으면 살아지지가 않는 그런 공기같은 존재.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19금 책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저 어떤 행위만을 묘사하는 그렇고 그런 찐한 책이 아닌,

왜 그들이 그렇게 사랑을 나눌 수 밖에 없는지,

작은 손짓하나에도 얼마나 깊은 마음과, 얼마나 애절한 진심이 담겨 있는지 읽는 독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역시 미온의 그 김수지님이시구나!

 

지금 이 계절.. 겨울이 해마다 돌아 오면 항상 생각나게 될 민지효와 서현수.

당신들의 그 사랑을 잊지 않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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