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질문에서 난 잠시 멈칫거리다가 대답했어. 그리고 여섯 번째 질문에서는 횡설수설했단 말이지. 뮐러 교수는 분명히 내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볼 거야. 나를 정말 멍청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럼에도 A플러스를 준 건 분명 동정심에서야.”
자기 성찰이 이미 왜곡되어 있다 보니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걸 더 이상 수정할 수 없으며, 그러다 보니 불안은 더 커진다. 그리하여 다음에 닥치는 상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느낌과 그런 상황에 직면하는 것을 회피하려는 행동이 강화된다.
선택적 함구증에 대해서는 그것이 어떻게 지속되는지를 설명하는 특별한 모델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사회적 평가가 특히 중요하기에, 사회공포증과 유사한 과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된다.
범불안장애의 경우는 몇 가지 설명 모델이 있다. 우선 ‘불안의 2단계 모델’인 조건화 과정이 중요하다. 그에 따르면 걱정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힘든 상상과 감정을 회피하거나 억누르는 기능을 한다. 가령 감정적으로 자신이나 가족이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상상을 견딜 수 없을 때는 그 주제에 대해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스스로 모든 상황을 미리 생각함으로써 위험을 가능한 한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걱정은 예방이다.”라는 모토에 따라서 말이다. 사실 이런 것은 거짓 통제일 뿐이다. 모든 위험과 리스크를
‘생각으로’ 다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범불안장애를 가진 사람도 무의식적으로는 이를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모토에 따라 정말로 ‘과도하고 통제가 안 되는’ 정도에 이르기까지 더욱더 많은 걱정을 한다. 이를 통해 감정을 적절히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걱정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거야.”라는 확신이 굳어진다. - < 불안에 대처하는 법, 안드레아스 슈트뢸레 박사, 옌스 플라그 박사 지음 / 유영미 옮김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