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 화자는 한 북동부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하는데(써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다) 무려 40페이지에 달하도록 그에 대한 시작을 계속 미루다 갑자기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펼쳐낸다.자아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태어나면서부터 불행을 끌어안은(불행인지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삶이 행복인 줄로만 아는) 여자의 삶을 나열하는 화자는 자신의 상상을 곁들여 일종의 신파극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이 이야기엔 온갖 혼란과 연민, 분노와 사랑 같은 것들이 질서없이 뒤섞여 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흐름을 따라가느라 울렁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어지럽기도 했다.내내 슬프고 절망적이었다.인간의 생(生)은 어쩌자고 이토록 불행과 죽음에 가까운 것인지.이 책에서만큼은 행복은 가장 멀리에, 혹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화자는 마치 보란듯이 “행복? 나는 그보다 멍청한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p18) 라고 얘기하고 있으니까.숨을 쉬듯 펼쳐지는 불행은 우리 삶에서 결코 한 사람에게만 향해있지 않다는 것, 결국 이것마저 보편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거란 암시가 드러나있는 책이라 무서웠다.현실 직시란 언제나 잔인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이 책으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됐는데 엄청난 필력이 그저 놀라웠다.일단 작중 화자만큼 혼란해진 머리 속이 좀 진정된 후에 집에 미리 쟁여둔 <야생의 심장 가까이>도 얼른 읽어봐야겠다.-🔖진실은 언제나 내적이며 설명할 수 없는 접촉이다. 나의 가장 진실한 삶은 알아차릴 수 없고, 지극히 내적이며, 어떤 말로도 정의할 수 없다. (p18).맹세컨대 이 책은 말들 없이 만들어진다. 이 책은 음소거된 사진이다. 이 책은 하나의 침묵이다. 이 책은 하나의 질문이다. (p27)-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별의 시간>(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